조선중앙통신은 21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시의 룡성기계연합기업소를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방중 이후 계속되는 지방 산업 시찰 행보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 국제 사회의 북한 비판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정작 김 위원장은 평양을 벗어나 '경제 살리기'라는 여유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방중 직후 평양에서 '산울림' 공연을 관람(9일 보도)한 것을 제외하고 이달 중순부터 양강도, 함경북도, 함경남도 등 최북단 지역을 돌며 산업 시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양강도의 백두산 선군청년발전소 건설장(16일)을 시작으로 삼지연군ㆍ백암군(18일), 혜산시ㆍ대홍단군(19일)을 시찰했으며 20일에는 함경북도 어랑군의 어랑천 발전소 건설장과 청진시의 청진토끼종축장, 관모봉 기계공장을 현지 지도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북핵 위기 등 각종 긴장 국면에서도 공연 관람 등 긴박한 상황과 동떨어진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2006년 7월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를 목전에 두고도 러시아 민속무용단 공연을 관람하고 평양 대성타이어공장을 방문하는 등 다소 한가한 모습을 연출했다.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언론을 통해 공개된 첫 일정도 인민군 협주단 공연 관람이었다.
때문에 최근 일련의 산업 시찰 행보 역시 김 위원장 특유의 '치고 빠지기'식 전술을 통해 국제 사회에 체제 안정을 과시하는 한편 천안함 사태와 자신이 무관하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은 항상 한쪽에선 위기를 만들어 놓고 한쪽에서 공연 관람 등 여유를 과시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는"대내적으론 경제살리기 행보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대외적으로도 국제 사회의 압력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것을 간접 선전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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