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덕일 지음
책을 가려 읽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은 역사책을 읽고 있다. 한국사의 대중화와 역사 서술의 질적 전환을 이루어낸 것으로 평가 받는 이덕일 작가의 이다.
18세기 후반 정조가 추진하던 개혁정책이 좌절된 후 다시 노론 등 구세대가 등장하여 역사를 뒤로 돌리는 암흑의 시대를 산 정약용과 그 두 형의 이야기가 자세히 두 권으로 서술되어 있다. 정조는 정약용의 재능을 높이 인정하여 등용하지만 무수한 견제 속에 정약용은 그의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특히 정조의 의문스런 돌연사 이후 그 형제들에게 몰아친 후폭풍 속에서 그들이 맞은 고뇌와 형제애, 그리고 백성에 대한 사랑을 잔잔히 서술하고 있다. 삼형제는 각자의 방법으로 현재를 딛고 미래를 준비한다.
무려 19년의 강진 유배생활 동안 정약용은 역사, 문학, 철학, 경제, 과학기술 등 학문의 전 분야에 걸쳐 500권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저술한다. 그는 현실의 괴로움을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글을 통해서 자신의 정당성을 후세인들에게 평가를 받으려는 지식인의 정신을 남긴 것이다. 특히 아들이나 며느리 등 친지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사랑이 듬뿍 담긴 것을 알 수 있어 그가 단순한 지성인이 아니라 인간적인 따스함까지 지닌 선각자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은 등을 저술함으로써 민중들의 삶과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그 삶을 승화했으며, 정약종은 조선 최초의 천주교 교리서를 저술하며 신념의 순교자로서 이름을 남긴다.
정약용 형제들의 치열한 삶을 서술하면서 작가는 우리에게 (정약용 형제들을 대신해서) 묻는다. "너희들의 시대에도 불의한 세상에 대한 절망을 민중과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사람이 있는가?"(정약전) "너희들의 시대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를 죽이지 않는가?"(정약용)
우리는 진정 정약용 형제들이 200년 전에 걱정했던 것들을 극복한 것일까.
윤용로 기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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