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철 글ㆍ이희재 그림 / 사계절 발행ㆍ104쪽ㆍ1만2,000원
<아홉살 인생> <논리야 놀자> 등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작가인 위기철씨가 8년 만에 신작 동화를 냈다. 엉뚱한 발상과 재치있는 문장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열어주던 그의 펜은 녹슬지 않았다. 논리야> 아홉살>
은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만나 나를 낳았는지, 아이가 궁금해할 법한 이야기를 발랄한 우화로 써냈다. 작가는 후기에 "아저씨는 어렸을 때 숲의 거인이었어. 그런데 어른이 되고 답답한 아파트에서 사는 동안 나날이 작은 사람이 되어 가는 기분이 들더구나. 언젠가는 숲으로 돌아가 다시 거인이 되고 싶어"라고 적었다. 이 작품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고백이다.
책에서 아빠는 원래 숲의 거인이었다. 힘 세고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렸다. 아빠에게 한눈에 반한 엄마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박력있는 아빠는 이제 없다. 축 처진 어깨에 꾹 닫은 입, 아빠는 초라하다. 바로 요즘 아버지들의 초상이다.
작가는 힘들게 일하는 엄마를 코끼리를 통조림에 넣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그린다. 자신감을 잃은 아빠는 인형처럼 줄어들었다고 표현한다. 작가는 이외에도 기발한 설정들로 독자를 즐겁게 하는 한편, 가족공동체와 문명사회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작가와 25년 지기인 이희재씨의 그림은 글만큼이나 유쾌하고 다부지다. 갖가지 감정을 전달하는 아빠의 표정, 아줌마 파워를 보여주는 엄마의 '날아차기'는 만화의 장점을 특히 잘 살린 그림이다. 한지에 먹선으로 차분하게 채색한 그림과 전통적인 동화 구조, 아날로그로 똘똘 뭉친 콤비의 시도가 정겹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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