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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청춘극한기' 러브 바이러스 감염된 여자의 유쾌한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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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청춘극한기' 러브 바이러스 감염된 여자의 유쾌한 서사

입력
2010.05.2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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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 발행ㆍ268쪽ㆍ1만1,500원

소설가 이지민(36)씨의 네 번째 장편이다. 1930년대를 다룬 , 50년대를 다룬 , 70년대를 다룬 등 서울을 각각 배경으로 한 장편을 발표해온 이씨가 오늘날의 서울로 무대를 옮겨, 신종플루 대유행을 모티프로 기발하고도 유쾌한 서사를 펼친다.

신종 독감 바이러스에 점령당한 서울에 또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이 병원균이 옮으면 느닷없이 눈앞의 상대에게 사랑을 느끼는 악성 전염병에 걸린다.

일도 사랑도 잘 풀리지 않는 30대 시나리오 작가 옥택선은 이 '러브 바이러스'의 두 번째 감염자가 된다. 최초 감염자는 그녀의 맞선 상대였던 남수필. 국립면역연구소 연구원인 이 매력없는 남자는 그녀에게 일방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보건당국은 수필이 신종 독감에 걸렸다고 추정하지만, 사실 그의 사인은 독감 연구 도중 스스로 만들어낸 변종 바이러스. 학창 시절 짝사랑하던 남자를 상대로 '증상'을 드러내던 택선은, 자신의 동료 연구원 이균을 만나 병을 치료하라는 수필의 유언을 뒤늦게 확인한다. 새로운 바이러스인지라 당국에 붙잡혀 기존 독감 치료제를 먹게 되면 목숨이 위험하다는 경고와 함께.

뼈빠지게 글을 써도 연 수입이 300만원에 머물고 그나마 써놓은 시나리오도 아는 감독에게 도용당하는 처지에, 공무원들에게 쫓기며 시도 때도 없는 사랑의 열병까지 앓게 된 주인공 택선의 청춘은 그야말로 암담하다.

하지만 그녀의 처지를 동정할 틈도 없이 좌충우돌하며 빠르게 전개되는 이 소설은 결국 젊은날의 고난이 인생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임을 은연 중에 설파한다. "바이러스에게도 삶을 향한 뜨거운 애정과 의지가 있어. 그게 오버되면 숙주를 죽이는 거고. 하지만 과연 바이러스가 품은 삶의 열정이 옥택선 양 자신의 것보다 더 클 수 있을까?"(218쪽)

이 소설은 사랑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며 그 본질을 살피는 통찰력 있는 문학적 보고서이기도 하다. 예컨대 죽은 수필의 뜻에 따라 늘 붙어다니면서도 서로 데면데면하던 택선과 균은 바이러스에 감염돼 피치못할 연애 감정을 느낀다. 택선은 "사랑이 아닌 줄 알면서도 사랑하니 미치네요"(204쪽)라고 절규하지만, 병이 치유된 후에도 사랑은 그들의 가슴에 오롯이 남는다. 사랑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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