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값이 너무 올라서 출판사들이 울상이다. 보통 책 제작비의 절반이 종이 값인데, 올들어서만 3월과 4월, 두 차례 올랐다. 인상률은 작년 대비 평균 13%. 단기간에 종이값이 이처럼 많이 뛴 적이 없다.
원인은 종이 원료인 국제 펄프 가격의 고공 행진이다. 지난해 2월 톤당 440달러이던 것이 지금은 950달러까지 간다. 올해 초 칠레 대지진의 여파가 컸다. 우리나라는 펄프를 거의 전량 수입하는데, 그 중 칠레 펄프가 30%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책 만들 때 가장 많이 쓰는 백색ㆍ미색 모조지는 제일 싼 종이다. 그런데 펄프 함량은 다른 종이보다 10% 더 많다. 비싼 펄프로 돈 안 되는 모조지를 많이 생산하는 것은 제지회사로서는 손해여서 한동안 생산량을 줄였다. 펄프가 제때 들어오지 않아 조업을 단축한 적도 있다. 이래저래 생산이 줄면서 한 달 전에는 종이가 없어서 돈이 있어도 못 구하는 파동까지 벌어졌다. 종이값 인상 이후 생산이 다시 정상화하면서 물량 부족은 해소됐지만, 비싼 종이값은 출판계에 주름을 만들고 있다.
국제 펄프 가격은 여전히 불안하다. 종이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출판사들의근심도 더 깊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본래 쓰려던 것과 비슷한 싼 종이를 쓰든지 해서 책값을 올리지 않고 버텼지만, 종이값이 더 오른다면 책값 인상을 검토해야 할 처지다.
그런 사정을 듣고 보니, 책 한권 한권이 더 귀하고 예뻐 보인다. 힘든 형편에 어렵게 만들었구나 싶어서. 반면 왜 이런 책을 냈을까 싶게 실망스런 책은 더 미워 보인다. 책 만드는 사람이나 책 보는 사람 모두 책의 소중함을 새삼 생각케 하는 요즘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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