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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어머니의 탄생' 동물·인간사회 분석… '자기희생 모성 신화'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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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어머니의 탄생' 동물·인간사회 분석… '자기희생 모성 신화' 뒤집기

입력
2010.05.2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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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ㆍ황희선 옮김/사이언스북스 발행ㆍ1,016쪽ㆍ4만3,000원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계속 높아지는 것과 별개로,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어머니라는 말은 무조건적 사랑과 희생의 동의어로 통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은 이기적인 어머니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고, 그들 스스로도 남의 손에 맡겨놓은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로 인해 개인적 야망을 포기하는 경우도 숱하다.

을 쓴 세라 블래퍼 허디는 30년 이상 영장류를 연구한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다. 모성적 열망과 직업적 열망 사이의 충돌을 수없이 겪었던 그는 랑구르 원숭이의 영아 살해 연구를 계기로 모성 본능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모성 신화를 하나하나 해체해나간다.

저자는 '자기희생적인 모성이 정말 대자연이 부여한 절대 진리인가'라는 의문으로 동물 사회와 다양한 문화권의 인류 집단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자기희생적인 어미는 단 한 번 번식한 뒤 죽는 단회 번식 종 등에서나 나타나는, 매우 특수한 경우라는 답을 얻는다. 오히려 자연세계의 모성은 주도면밀한 기회주의자에 가까웠다. 포유류와 영장류의 암컷들은 여러 번의 번식 기회 중 언제의 조건이 더 유리한가를 계산하고, 한정된 자원을 새끼들에게 어떻게 분배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전략가의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암컷들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위를 추구하는 성향이 침팬지를 비롯한 동물 사회와 다양한 부족집단에서 발견됐다. 사회적 지위의 확보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사회적 야망은 모성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인간 진화 과정에서도 일하는 여성은 전혀 새로운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과거의 어머니들은 수집을 하거나 장작을 모으는 동안 아이를 데리고 다닐 수 있었고, 그럴 수 없을 때는 아이의 아버지나 할머니, 형제자매 등이 '대행 어미'의 역할을 했다. 인간은 협동해서 번식하는 '협동 양육자'로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관점을 배제시킨 채 가부장적 편견과 바람을 수용한 진화 연구는 육아는 전적으로 어머니의 몫이라는 사고방식을 고착화시켰고, 일터와 양육 공간이 완전히 분리된 현대 사회의 특징은 여성의 사회활동과 육아 사이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칼라하리 사막의 부족집단부터 곤충에 이르는 다채로운 사례, 동물행동학부터 심리학, 인류학, 역사학 등을 가로지르는 학문적 탐구를 녹여낸 은 개인의 야망과 좋은 어머니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본질적으로 하나이며, 성공적 육아에는 타인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한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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