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상의 전환, 도전이 필요한 사업입니다."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백화점 사업 진출을 알린 이랜드그룹의 관계자는 새로 시작하는 NC백화점을 이렇게 묘사했다. 다음달 3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복합쇼핑몰 가든파이브 5개 건물 중 라이프 패션관과 영관에 6만9,500㎡(2만1,000평)의 영업면적으로 들어서는 NC백화점 1호점은 국내 첫 '직매입 백화점'을 표방한다.
입점 브랜드 매출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아 운영하는 기존 백화점과 달리 상품 구매와 판매, 재고처리까지 유통업체가 책임진다는 의미다. 전체 상품의 50%를 직매입함으로써 유명 브랜드 제품을 시중보다 20~40% 싸게 판매하는 '매스티지'(대중적 명품)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게 이랜드의 설명이다.
# 롯데마트는 올해 초 곶감을 시세 대비 30% 가량 저렴한 한개 550원에 판매했다. 경북 상주, 충북 영동, 경남 함안 등 곶감의 3대 유명 산지와 사전 계약재배를 통해 가격을 낮춘 덕분이다. 특별 행사 11일간의 곶감 판매액은 4억5,0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었다.
유통업계가 상품 공급 방식의 혁명을 선언하고 나섰다. 수익원을 전적으로 입점 제조업체의 매출 수수료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기획한 상품을 판매하는 직매입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 최근 온ㆍ오프라인 구분 없이 유통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대형마트 업계를 중심으로 구매 방식 변화를 통해 가격 및 상품 차별화를 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연초부터 가격 경쟁을 벌여 온 대형마트는 요즘 기획행사를 열 때마다 공통적으로 '직매입' '직거래' '직소싱' 등의 수식어를 빼놓지 않는다. 가격경쟁력을 높이고자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고 직접 물건을 사들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마트는 2007년 해외소싱(구입)담당을 별도로 만들어 해외 상품의 차별화에 힘을 쏟고 있다. 당시 전체 매출 중 0.2%에 불과했던 해외소싱의 비중이 올해는 3.3% 수준인 4,000억원으로 늘었다.
최근 한 통당 2,880원에 판매한 파인애플의 사례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마트를 이를위해 18개월전부터 기획했고, 필리핀 파인애플 농장과의 사전 계약을 통해 모종, 재배, 수확, 포장, 운송까지 직접 관여함으로써 시중가보다 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
2003년 12월부터 전담 조직인 '해외상품팀'을 꾸려 온 홈플러스의 해외 직소싱 상품은 현재 1만가지가 넘는다. 해외 직소싱 상품의 전체 매출액 중 비중도 지난해 3.5%에서 올해는 4.5%로 늘어나리라는 전망이다.
천편일률적인 상품 구성으로는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백화점 업계 역시 직매입을 늘리고 있다. 특히 백화점의 직매입은 실력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등장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패션 분야가 중심이다.
지난해 60개 품목 15만점을 직매입한 롯데백화점은 올해 180개 품목 총 1,000억 규모로 직매입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계절을 타지 않는 셔츠, 화장품, 핸드백뿐만 아니라 캐시미어(내몽고), 알파카(페루), 가죽(터키) 등도 원산지 직소싱 확대를 통해 가격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의류와 잡화뿐만 아니라 식품관 역시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공식품과 주류에서만 진행하던 직매입을 채소(지난해 7월)와 과일(지난 4월)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아예 직매입을 기존 빅3(롯데, 현대, 신세계) 백화점과의 차별성으로 내건 NC백화점 개장 계획을 밝혔다. 전체 상품 중 직매입 비중이 50%로 이는 기존 백화점의 10배 수준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직매입이 유통가 패권 다툼에 영향을 미치는 한 축으로 떠오르면서 자연히 상품기획자의 업무 비중도 커졌다. 이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각 업체의 노력 역시 다각화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롯데백화점은 직매입 업무를 수행하는 상품기획자(MD)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선임상품기획자(CMD)들에 10억원을 지원하고, MD들이 연간 2회 이상 해외를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현대백화점은 올 들어 MD들이 귀국일을 정하지 않고 해외로 떠나는 '무한출장' 제도를 도입했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원가절감, 상품 차별화 실현을 위한 유통업계의 직소싱과 직매입 비중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며 "다만 마케팅 차원의 접근이 아닌 실질적인 소비자의 혜택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직매입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품목을 선별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MD의 전문성 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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