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 홈스 지음ㆍ박종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560쪽ㆍ1만8,000원
미국의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한나 홈스(47)는 어린 시절을 메인주의 작은 농장에서 보냈다. 그 시절 홈스의 벗은 젖소, 돼지, 말, 닭, 다람쥐, 참새 등의 동물들이었고 그는 이 동물들의 행태와 습성을 관찰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이런 연유일까, 그는 "불현듯 정작 '나'라는 동물은 전혀 관찰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는 이 오지랖 넓고 궁금증 많은 여성의 '인간동물' 관찰기다. 과연 인간동물의 몸은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을 먹는지, 어디서 사는지, 짝짓기는 어떤 식으로 하는지 같은 것들이 그의 관심사다.
진화론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논란은 '인간은 동물과 차별되는 특별하고 고귀한 존재, 신을 닮은 존재'라는 서구의 인간관이 얼마나 뿌리깊은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은 " 인간은 별개의 동물, 지구라는 행성의 외계생물이라도 되는 양 보는 시각은 불편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저자는 포식자와 기생자를 피하고, 먹이를 모으고,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를 구하고, 번식하기 위해 제 각각의 방법으로 분투하는 다른 동물들의 행태와 인간의 그것을 엄정하게 견주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오히려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박람강기의 내공을 확인하게 하는 동물에 대한 지식과 예리한 관찰력이 솜씨있게 버무려져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설득력을 얻는다. 가령 문명화된 현대사회에서도 유아 살해 혹은 유기를 저지르는 이들 대다수는 문화권을 불문하고 어린 산모들이다.
지은이는 일본짧은원숭이도 처음으로 어미가 되는 10마리당 4마리꼴로 새끼를 버린다는 통계를 제시함으로써 인간 역시 '한 개체의 몸은 다른 개체의 몸을 부양할 수 있을 만큼만 에너지를 쓰도록 설계돼있다'는 생물학적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일부일처제라는,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매우 보기 드문 강력한 문화적ㆍ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인류 출현 이래 사라지지 않는 '외도' 욕구도 생물학적으로 설명된다. 이론적으로 유전자적 다양성의 확보라는 것인데, 즉 바람을 피우는 인간들은 더 우수한 후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간의 행동을 동물학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은 "인간은 원숭이다"라고 선언한 영국의 동물학자 데스몬드 모리스(88)의 명저 (1967)로 대표된다. 도 원제 'The well-dressed ape'(옷 입은 원숭이)가 함축하듯 모리스의 저작의 자장 안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개인적 약점까지 스스럼없이 공개하면서 이를 기지 넘치는 문장에 담아내는 홈스의 방식은 또다른 매력이 있다.
가령 생물학적 노화에 따른 남녀 신체의 변화를 묘사하는 이런 문장은 슬그머니 웃음을 짓게 만든다. "남성들의 다수는 늙어가면서 여성화하는 쪽으로 호르몬의 흐름이 변하고 그에 따라 가슴이 발달하게 된다. 물론 내 지방도 움직이는데, 엉덩이에서 빠져나와 허리부근으로 재집결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멀리서 보면 남녀의 실루엣은 동일한 메시지를 전한다. '전성기 지났음'".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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