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가장 동분서주하고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문재인(57ㆍ변호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노 전 대통령과는 젊은 시절 변호사 사무실을 함께 사용한 동업자이자 친구였고, 참여정부 탄생 과정에서 1등 공신 역할을 했으며,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노 전 대통령의 분신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노무현재단의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추모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그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만났다.
_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는 심정은.
"1년간 아픔이 많이 가라앉았다고 생각했는데 1주기가 다가오면서 누가 관련된 질문을 하거나 얘기를 꺼내면 느닷없이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이 멘다."
_1주기 추모기념식은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나.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되새기고 뜻을 계승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다."
_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단순히 고인을 그리워하는 차원보다는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가치를 계승해 그것이 확산되도록 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아다시피 고인은 퇴임 후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도 시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 우리 사회 진보 정치의 토대를 마련하고 싶어했다. 그 일을 노무현재단에서 1년간 진행해 왔고 1주기 행사 역시 그런 맥락으로 준비하고 있다."
_노무현재단에서 그런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많은 사람들이 성금을 보내 주는 등 도움을 줬지만 사실 재정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기념도서관과 아카데미 등을 건립하고자 했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잘될 거라고 본다."
_구체적으로 필요한 작업은 무엇인가.
"참여정부 5년에 대한 종합 평가 작업이 필요하다. 꼼꼼하게 되짚어 보면서 냉정한 분석을 해야 한다. 물론 개별 정책에 관한 보고서나 평가서는 몇몇 있지만 보다 구체적인 점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이나 학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기 바란다."
_이사장 직무대행으로서 본인 스스로 생각하거나 규정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원래 상임이사였는데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시장후보로 출마하면서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정관에 따라 이사장 직무대행이 됐다. 하지만 노무현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재단의 성격상 현실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물론 재단에 인재가 많아 정치권으로 나서는 이들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재단 자체는 가급적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_노 전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이었나.
"한마다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상주의자였고 원칙주의자였던 건 분명하다. 원칙주의라고 하면 당장 본인에게 불리하더라도 대의를 좇는 것을 말한다.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동하고 실천에 옮기는 데도 원칙을 고수했다. 또 그는 시스템을 중시한 사람이었다. 혼자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고 의사결정 과정을 최대한 존중했다. 그러한 시스템에서 도출된 정책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_이번 6ㆍ2 지방선거를 어떻게 보나.
"민주당 김정길 부산시장후보의 명예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지만 상근하거나 유세에 나서지는 않는다. 사실 나는 선거에 대해 잘 모르고 정치 체질도 아니다."
김해=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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