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에 이어 상원이 20일 금융규제법안을 승인했다. 대공황 이후 가장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는 이 법안의 상원 통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건강보험개혁에 이어 또 하나의 정치적 승리를 눈 앞에 두게 됐다.
상원은 20일 밤 전체회의를 열고 소비자보호국 신설과 파생상품 감독 강화 등을 담은 금융규제법안을 찬성 59, 반대 39로 통과시켰다. 앞으로 상ㆍ하원은 오바마 행정부와 함께 단일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원은 앞서 지난해 12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단일법안 마련에는 수 주가 걸리겠지만 법안 시행은 거의 확실할 것으로 미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다.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7월4일 독립기념일 전에 법안에 서명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상원 법안은 하원 법안과 비슷하게 강력한 소비자보호국을 신설, 소비자 금융상품을 감독하게 함으로써 주택담보대출 등의 무분별한 남용을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 등록제 등을 통해 파생상품 시장을 더 강하게 규제하는 한편 경영 위기에 처한 대형금융회사를 정부가 파산이나 분사, 또는 매각할 수 있게 해 ‘대마불사’의 관행을 없앰으로써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지 않도록 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도 포함됐다. 특히 하원 법안과 달리 대형 은행의 경우 파생상품 사업부문을 개별 자회사로 분사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공화당은 그 동안 오바마 행정부가 엄청난 파장이 일 수 있는 법안을 섣불리 밀어붙이고 있다며 법안의 상원 상정을 막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대중에게 정치적 술수로 비치고, 오히려 공화당이 월가를 비호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점차 수세에 몰려 왔다.
법안 통과를 예상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최종 표결 수 시간 전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업계와 로비스트들의 노력이 실패했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날의 경제 위기는 월가와 정치권이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주된 원인이 있다”며 “그런 위기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월가 개혁을 대통령의 최우선 목표의 하나로 설정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종 법안을 도출하는 과정에 깊이 관여할 뜻을 밝혀 최종 법안이 개별 상ㆍ하원 법안보다 강력한 내용을 담게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행정부가 자동차 딜러를 소비자보호국 감독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하원 법안의 예외 조항을 없애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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