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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20년 만에 시행, 안산지원 현장에 가보니…"빠듯한 서민에겐 야간법정 반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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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20년 만에 시행, 안산지원 현장에 가보니…"빠듯한 서민에겐 야간법정 반갑지"

입력
2010.05.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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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7시 경기 안산시 수원지법안산지원 410호 법정. 여느 때 같으면 일찌감치 불이 꺼졌어야 할 이곳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고 법정 앞 복도에는 10여명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른바 '야간 법정'이 열리는 날이었다.

지난 14일에 이어 2번째로 야간법정이 문을 연 이날 민사 11단독(판사 신중권)이 심리한 재판은 모두 17건. 모두 소송액 2,000만원 이하의 민사 소액 사건이다. 야간 법정에 기댄 이들은 밀린 임금이나 물품ㆍ공사대금, 그리고 대여금이나 보증금 등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법원 문을 두드리게 된 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오전ㆍ오후 생업까지 팽개치고 재판을 진행하기에 너무나 부담스러워 '벙어리 냉 가슴 앓듯' 저마다 어려움을 묻어 두고 살다 이번에 야간 법정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야간법정에 호소한 사건 자체가 모두 소액사건이다 보니 법적 다툼도 그리 요란스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변호인도 보이지 않았고 납품 물건의 하자 문제로 피고와 원고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한 건만 제외하면 건당 심리 시간은 평균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날 17건에 대한 심리가 끝난 건 오후 8시20분. 불과 1시간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소송당사자 대부분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40대 일용 노동자는 공사 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10여 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고 또 다른 40대 여성은 빌려준 돈 200여 만원을 받게 됐다. 반월공단에서 제조업을 하는 50대 자영업자도 무려 2년 동안 받지 못했던 물건 납품 대금 500여 만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일용직 노동자 박모(46)씨는 "내 처지로는 일과 중에 재판을 받게 되면 하루 일을 공칠 수밖에 없다"며 "하루하루 벌어 먹고살기 빠듯한 서민들로서는 야간 법정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 법원이 그동안 운영하지 않았던 것일 뿐 법적 근거는 이미 20년 전부터 세워져 있었다. '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근무시간 외 또는 공휴일에도 개정할 수 있다'고 소액사건심판법을 바꾼 게 1990년이다. 소액 사건은 전체 민사소송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반면 다툼의 소지도 크게 없어 신속한 처리를 위해 법을 개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간 단 한번도 진행된 적이 없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수원지법 안산지원이 이 제도를 전격 도입하면서 서민들의 법률 서비스 제공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제조업 근로자들이 밀집해 있는 안산ㆍ시흥의 지역적 특성에 맞춰 법원이 서비스 정신을 발휘한 것이다. 이들 근로자는 일과 중 재판을 받을 경우 생업에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야간 법정이 열리면 재판부에 걸리는 업무 하중은 커진다. 수행 직원 및 청사 경비 인력 등 주간 재판보다 7~8명가량의 일손이 더 필요하다. 또 법원 직원들의 시간 외 수당, 재판 다음날 근무 문제 등 보상 휴무 체계도 확실히 잡혀있지 않은 터라 법원 처지에서는 이를 해결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하지만 서민들을 위해 작지만 큰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안산지원은 앞으로 소송액이 2,000만원 이하인 민사 소액사건에 대해 매달 세 차례 야간법정을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야간법정을 원하는 소송당사자는 소장 접수 시 야간법정 출석의견서를 내면 된다.

안산지원 관계자는 "최근 안산시가 '야간 시청' '야간 보건소' 등의 야간 행정 서비스를 실천,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앞으로 3개월마다 신청률 및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미비점을 개선해 나가면 '야간 시청' 등과 함께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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