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거짓말을 했다"는 세 사람의 증언, 그리고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를 토대로 검찰이 한 사람을 위증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진실은 다수결이나 기계의 검사결과로만 결정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권태형 판사는 위증 혐의로 기소된 H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H씨는 2008년 약정금 관련 민사소송에 피고측 증인으로 출석해 쟁점이 된 이행각서가 작성됐다는 부동산 사무실에 자신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원고 A씨는 H씨가 허위 증언을 했다며 고소했다. 검찰은 수사 끝에 A씨와 그의 친지 2명의 진술을 토대로 H씨가 기억에 반하는 허위 증언을 한 것으로 봤다. H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도 그가 거짓 진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우선 사건이 8년 전인 2002년에 벌어졌는데 과연 A씨 등 3명이 H씨의 참석 여부를 명확히 기억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들 중 일부는 이행각서가 작성되었던 사실조차 2년 전 조사에서 기억을 못했는데, H씨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를 기억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 친지 중 한 명은 처음에 '누군가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한 적도 있어 그 누군가가 H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H씨가 부동산 사무실 가구배치에 관해 다른 진술을 했다는 이유로 H씨가 발생장소에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유죄의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도 재판부는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상 증거로 인정받기 위해선 정확한 측정능력, 질문의 객관성, 피고인의 평소 심리상태 변동 추이 등 조건을 구비해야 하는데 검찰은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력한 물증 없이 기소된 위증사건에서 거짓말탐지기는 중요 증거로 활용될 수 있지만, 법원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법원 관계자는 "일각에서 거짓말 탐지기가 97% 이상의 정확도를 가진다는 말도 있지만, 오차에 의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어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말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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