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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유럽 리스크… 금융시장 '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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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유럽 리스크… 금융시장 '철렁'

입력
2010.05.2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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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정부의 천안함 침몰원인 발표가 나왔을 때만해도 시장은 비교적 조용했다. 개장 초부터 주가는 빠지고 환율은 올랐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상황은 급반전했다. 유럽 재정위기 리스크에 북한 리스크까지 덧붙여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휘청거렸다. 주가는 장중 한때 1,600선이 무너졌고, 환율은 1,200원 턱밑까지 올라갔다. 코스피지수는 1,591선까지 밀려났다가 전날보다 29.90포인트(1.83%) 내린 1,600.18로 장을 마감했다. 원ㆍ달러 환율도 급등해 종가는 전날보다 29원 오른 1,194.10원. 지난해 10월29일(1,196원)이후 반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북한+유럽 리스크

이날 오후 갑작스런 시장의 대혼란은 북한리스크와 유럽리스크가 화학작용을 일으킨 결과로 보여진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란 사실은 이미 알려진 터. 주가나 환율에 이미 반영돼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발표 이후 북한이 "제재 시 전면전쟁"을 운운하는 등 한반도 위험이 점차 고조되가자,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비슷한 시각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룩셈부르크 총리)의 인터뷰도 증시를 급락시켰다. 일본을 방문 중인 융커 의장은 이날 간 나오토 재무상과 만난 후 "유로화 가치의 하락속도가 너무 빠른 점이 염려스럽긴 하지만 유럽의 정책입안자들이 유로화 하락세를 저지하기 위해 즉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날 유럽 각국이 유로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로화가 상승했으나, 이 같은 시장의 기대를 무너뜨린 것. 바클레이즈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외환전략가는 "융커 의장의 발언은 유로존 당국이 암묵적으로 유로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에 따라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되면서, 일본 닛케이지수가 1만선이 붕괴되는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동반 급락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천안함 발표라는 지정학적 이슈와 유럽 재정위기라는 글로벌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외국인들의 증시 이탈이 계속됐다"면서 "하지만 북한 리스크가 없는 일본(-1.54%), 대만(-1.78%) 증시도 크게 하락한 것을 보면 유럽발 악재에 대한 불안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아시아 전체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은 것을 보면 융커 발언 등으로 유로화 문제가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며 당분간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신인도 영향은

이날 우리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오름세를 보였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오후 3시 현재 5년 만기 CDS프리미엄은 전일 대비 0.11%포인트 상승한 1.28%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천안함 사고원인 발표만으로 국가신인도가 떨어지거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천안함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A1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톰 번 무디스 부사장은 "지난 4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상향 조정했을 당시 이미 초계함 침몰에 따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반응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군사적 협력을 긴밀히 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요컨대 지정학적 리스크와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A1이 양립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금 이후의 전개상황이다. 설명 북한의 '전면전'발언이 엄포용이라 해도 향후 강력한 대북제재가 취해지고 이로 인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다면, 그 경제적 파장은 쉽게 가늠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천안함 문제가 경제 외적 사안으로 판단돼 왔으며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서 "혹시라도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대외신인도 문제가 생기면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겠으나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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