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천안함 '北 소행' 발표/ "백령도 해안초병 100m 물기둥 목격했다" 추가 공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천안함 '北 소행' 발표/ "백령도 해안초병 100m 물기둥 목격했다" 추가 공개

입력
2010.05.20 12:57
0 0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이 20일 발표한 조사 결과로 북한의 어뢰 공격 및 천안함 침몰 과정은 어느 정도 정리됐다. 합조단이 다양한 증거로 당시 상황을 입증했다. 이로써 그간 제기됐던 의문들은 대부분 풀렸다. 하지만 일부 불명확한 부분도 남아 있어 추가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좌현 수심 6~9m에서 폭발

합조단은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뢰가 가스터빈실 중앙에서 좌현 쪽으로 3m, 수심 약 6~9m에서 폭발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공격 무기는 진도 1.5 규모의 지진파와 1.1초 간격으로 2회 감지된 공중음파 등의 분석을 통해 고성능폭약 250㎏ 규모의 중(重)어뢰로 확인했다. 이 같은 조건에서 폭발이 일어날 경우 천안함과 같은 형태의 선체 변형이 생긴다는 것이다.

합조단은 수중 폭발의 위력을 충격파와 가스버블의 합으로 설명했다. 버블제트(bubble jet) 효과다. 어뢰가 물속에서 터지면 버블이 팽창해 선체 중심부가 위로 들어올려졌다가 버블이 수축하면서 선체가 다시 아래로 내려가고 다시 버블이 붕괴하는데 따른 제트 충격으로 선체가 위로 치솟으면서 두 동강 났다는 것이다.

육안 확인으로도 어뢰 폭발 맞아

이와 관련, 기자는 발표 전날인 19일 경기 평택시 2함대사령부를 찾아 인양된 천안함 선체를 직접 육안으로 살펴봤다. 5m 라인이 쳐져 있어 배 바닥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좌현 쪽은 그물망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 외에는 상당 부분 확인이 가능했다.

우선 절단면을 중심으로 한 천안함의 외관상 가장 큰 특징은 폭발에 두 조각으로 찢긴 선체가 아래에서 위쪽 방향으로 휘어 있었다는 점이다. 선체의 용골(뼈대)이 말려서 위로 올라가 있었고, 보강재 등 다른 부분도 위로 들려 있었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 함수(艦首)와 함미(艦尾)의 절단면을 옆에서 보았을 때 ㅅ자 형태였다. 물속에서 큰 압력이 발생해 함정을 위로 들어올리면서 선체가 잘렸다는 얘기다.

또한 절단면 사이로 삐쪄나온 검은색 초록색 회색의 전선들은 수양버들 가지처럼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불에 타거나 그을린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내부 폭발이 아니라 외부 충격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선체에서 떨어져 나간 연돌(굴뚝)의 밑부분에는 하얀 가루가 잔뜩 묻어 있었다. 마치 석고나 시멘트 가루 같았다. 현장에서 만난 윤덕용 합조단 공동단장(민간 측)은 "버블제트 효과를 높이기 위해 폭약에 알루미늄 가루를 넣는데 폭발 때 산화하면서 연돌 표면에 흡착된 것"이라며 "성분 분석 결과, 이 같은 비결정체는 어뢰의 경우에만 나타난다"고 말했다.

합조단은 20일 발표에서 사진을 통해 추가 증거를 제시했다. 배 바닥 표면에 동그란 형태의 흔적이 여러 개 남아 있는데 버블과 수압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닥에 붙어 있는 함안정기에도 강력한 압력의 흔적이 있다고 했다. 또한 시신 검안 결과, 파편상과 화상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골절과 열창 등이 많은 것도 수중 폭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0m 백색 물기둥 목격

합조단은 백령도 해안초병의 진술을 추가로 공개했다. 폭발 당시 2~3초간 높이 약 100m의 백색 섬광 기둥을 관측했다는 것이다. 합조단은 이를 수중 폭발로 발생하는 물기둥 현상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박정이 합조단 공동단장(군 측)은 19일 "물기둥을 본 해안초병은 두 명"이라고 말했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합조단이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와 다른 부분이다. 당시 합조단은 "해안초병이 물기둥을 봤다는 진술이 있지만 신빙성이 낮다"며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윤 단장도 "버블제트라 하더라도 물기둥이 옆으로 생기거나 안 생길 수도 있다"며 해안초병의 진술에 무게를 두지 않았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는 합조단의 태도가 180도 바뀐 셈이다.

합조단은 또 천안함 좌현 견시(見視)병의 얼굴에 물이 튀었다고 밝혔다. 생존자 기자회견 때는 없었던 내용이다. 그러나 물기둥이 100m나 치솟았는데 갑판 밖에 있던 견시병의 몸이 바닷물에 흠뻑 젖은 게 아니라 겨우 물방울 튀었다는 설명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합조단은 최근 천안함 내부에 설치된 11개의 폐쇄회로(CC)TV 중 6개를 복구했다고 밝혔다. 침몰 직전의 상황을 가장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임에도 이날 결과 발표 때 공개하지 않았다. 유가족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합조단은 또 CCTV가 1분 늦게 녹화되도록 설정돼 있기 때문에 실제 볼 수 있는 장면은 폭발 1분 전까지라고 설명했다. 화면을 공개해 봐야 결정적 순간을 확인할 수는 없다는 식으로 미리 선을 그은 셈이다.

북 잠수정 침투 경로 오리무중

합조단은 어뢰를 발사한 공격 주체에 대해 연어급 잠수정(130톤) 한 척을 지목했다. 연어급 잠수정으로 천안함과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해 가격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침투 경로가 어떻게 되는가가 문제다. 합조단은 서해의 북한 해군기지에서 운용 중이던 상어급(320톤) 및 연어급 잠수정 각 한 척과 이를 지원하는 모선(母船)이 천안함 공격 2~3일 전에 기지를 이탈했다가 천안함 침몰 2~3일 후에 기지로 복귀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핵심인 이동 경로는 확인하지 못했다. 군이 캐나다 등의 정보ㆍ작전 전문가를 뒤늦게 불러 조사단에 합류시켰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기껏해야 백령도 근해 조류를 분석한 결과, 어뢰를 활용한 공격에 제한을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과 북한 잠수정이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연안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바로 넘지 않고 수심이 좀더 깊은 공해상으로 돌아서 공격했다는 게 전부다.

합조단은 또 "북 잠수정이 사전에 도발 지역을 정찰했다는 정보도 없다"며 "치명적 공격을 위해 야간에 목표를 식별하고 최대한 접근해 어뢰를 발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단 한 번의 침투에서 단 한 발의 어뢰로 천안함을 침몰시켰던 셈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합조단 관계자들은 북 잠수정의 침투와 도주 경로를 묻는 질문이 잇따르자 "침투한 경로로 되돌아 간 것으로 보인다" "설마 영해까지 침범할 줄은 몰랐다"며 말문을 흐렸다. 군의 서해 해상 경계가 어떻게 무방비 상태로 뚫렸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어서 앞으로도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