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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 부부 권재만·김교순씨 등 7쌍 '다시 떠나는 신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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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 부부 권재만·김교순씨 등 7쌍 '다시 떠나는 신혼여행'

입력
2010.05.2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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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하려는데 나이 많다고 안 받아주는 겁니다. 그래서 전화로 막 화를 냈지."

권재만(77)씨는 1992년 신장 한 쪽을 기증했다. 당시 나이 59세. 환갑을 한 해 앞 둔 그 해에 그는 그렇게 한 생명을 살렸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에 기증 의사를 처음 밝힌 건 91년이었어요. 거절당했죠. 건강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제 돈 들여 수 차례 건강검진도 받았어요."이듬 해 본부는 권씨의 고집에 손을 들었지만, 이제는 두 아들이 권씨의 뜻을 막아 섰다. 장기를 기증하려면 아들의 동의서가 필요한데 막무가내로 버티더라는 거였다. 권씨는 "제 뜻을 이해한 아내가 아들들의 도장을 몰래 가져와 도장을 찍어줬어요." 이식수술을 받고 일주일쯤 뒤에야 사실을 알게 된 아들들은 그에게 "여태껏 고생만 하며 사시고선 왜 멀쩡한 몸에 칼을 대셨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권씨는 "아닌 게 아니라 제가 7남매의 장남이라 동생들 뒷바라지 하면서 정말 어렵게 살았다"며 "하지만 저를 도와준 이들이 많았기에 항상 뭔가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씨는 "경제적으로는 가난해서 도울 수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마침 신문을 보다가 장기기증운동본부를 알게 돼 결심했다"고 말했다.

부인 김교순(72)씨도 남편의 뜻에 동참했다. 권씨가 신장을 선물한 이듬 해인 93년 김씨도 한 쪽 신장을 다른 사람에게 떼어준 것이다. 김씨는 "남편 때처럼 저도 자식들 도장을 훔쳐서 동의서에 찍었죠"라 웃으며 말했다. 권씨 부부는 국내 최고령이자 최초의 부부 신장 기증인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권씨 부부 등 부부 기증자 일곱 쌍을 위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25일부터 나흘 동안 제주도 특별한 여행 프로그램 '다시 떠나는 신혼여행'을 마련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여행을 통해 부부 신장 기증인들이 다같이 모여 생명 나눔을 향한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고 그 의미를 알리자는 취지다.

김씨는 "신장 두 쪽에서 이제는 하나 밖에 없지만 지금도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며 "요즘은 운동도 하며 남편과 즐겁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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