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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나무들의 연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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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나무들의 연륜

입력
2010.05.2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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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미국 MSNBC는 스웨덴에서 세계 최고령의 가문비나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와 인접한 달레칼리아시의 해발 950m 산 위에 살고 있으며, 높이 2m 둥치지름 20㎝ 정도의 아담한 크기였다. 몸통 일부를 떼어내 미국 마이애미 우미아대학 실험실로 가져와 감정한 결과 '7,800세'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빙하시대가 끝나면서 싹을 틔운 지구상 최초의 나무라는 수식어가 따랐다. 그 동안 공식 최고령 기록을 갖고 있던 것은 잣나무 종류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므두셀라(Methuselah)'로'4,800세'였다.

■ 아프리카 사하라 지역이 사막으로 변하기 전부터 살았다는 사하라삼나무는 4,700세로 알려져 있는데 노환(?)에 시달리고 있다. 1984년 멸종위기식물로 분류되자 프랑스 과학자들이 다른 삼나무를 대리모로 선택해 인공수정 형태의 복제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 큐슈 남쪽 조그만 산 속에 조몬(신석기시대)삼나무가 있는데 현지에선 '7,200세 산신령'으로 믿고 있다. 오래된 것이라면 질 수 없다는 중국은 2007년 "후베이(湖北)성 구이펑산에 100만년 된 진달래가 살고 있다"고 공표했다. 그런 나무가 꼭 있다는 게 아니라 진달래 군락지라고 덧붙였지만.

■ 나무는 평균수명이 없고 나이(수령ㆍ樹齡)만 있다. 환경이 적합하고 베어지거나 뽑히지 않으면 하염없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령을 판단하는 일반적 방법은 나이테를 세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수령이 궁금하다고 밑동을 잘라 볼 수는 없고, 수천 개의 나이테를 세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지질조사 하듯 관을 통해 단면을 뽑아내 첨단기계로 계산해낼 수도 있으나, 소중한 노거수(老巨樹)라면 탄소동위원소 측정법을 활용한다. 이 방법이라면 껍질이나 뿌리의 일부만 떼어내도 '몇천몇백몇십몇세' 수준까지 나이를 계산해 낼 수 있다고 한다.

■ 서울 관악구 신림동 굴참나무가 1,000세로 밝혀졌다. 국제지식이 많은 사람들 일부는 "애걔걔 겨우…"하는 모양이다. 강감찬 장군이 지나가다 꽂아둔 지팡이에서 싹이 났다고 해 '강감찬 나무'로 불린다. '원효대사 나무'인 경기 양평군 용문산 은행나무는 1,100세라 하고, 400~500년 된 '정승나무'들도 많다. 나이테를 서양에선 'rings'라 하지만, 우리의 '연륜'은 색다른 의미를 갖는다. 함께 지낸 사연이 있고 역사와 철학이 배어 있기에 천년 혹은 몇 백년의 '연륜'이 7,800개나 4,800개의 'rings'보다 훨씬 더 귀하고 소중하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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