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합동조사단이 어제 발표한 조사결과는 우선 놀랍다. 북한의 어뢰 공격이란 결론은 짐작한 대로다. 그보다 해군이 쌍끌이 어선을 동원해 바다 밑을 쓸어 담듯 뒤진 끝에 찾아낸 어뢰 파편이 작은 조각이 아니라, 북한제 어뢰 몸통이라는 사실은 감탄할 정도다. 그만큼 북한의 은밀하고 무도한 도발이 분명하다. 이 천안함의 진실이 일깨운 남북관계의 현실을 올바로 인식해야만, 유례 드문 안보 위기상황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
합동조사단이 조목조목 밝힌 내용은 천안함이 북한제 어뢰의 외부 수중폭발로 침몰했다는 결론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선체 변형과 손상 형태 및 흔적과 증거물, 시뮬레이션 결과에 비춰 기관실 아래 수심 6~9m에서 고성능폭약 250kg 규모 감응식 어뢰의 폭발로 선체가 절단된 것으로 조사단은 판단했다. 더러 논란하던 수중폭발 물기둥도 해안 초병이 높이 100m의 백색 섬광 기둥을 관측했다는 증언으로 확인했다. 지질자원연구원이 감지한 지진파와 음파도 수중폭발과 일치한다.
조사결론 부정하는 행태 그만둬야
무엇보다 결정적인 증거는 침몰 해역에서 건진 어뢰 추진모터와 추진축, 프로펠러 등이다. 내외 언론에 공개된 어뢰 추진체는 바닷물에 벌겋게 녹슬고 염분에 찌들었으나 거의 온전한 상태이다. 이 어뢰는 북한이 무기 수출용 책자에 소개한 CHT-02D 어뢰 설계도에 명시된 크기와 형태가 정확히 일치한다. 특히 잠수함 어뢰 발사대(Torpedo tube)에 장착하는 순서를 표시한듯한'1번'글씨가 선명하게 남아 있어 북한제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언한다.
과학적 증거들과 함께 북한 잠수함의 기동상황 등 정황증거도 제시됐다. 천안함 피격 2~3일 전,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과 연어급 잠수정, 그리고 지원 모선이 서해 해군기지를 떠났다가 피격 2~3일 뒤 복귀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기간에 다른 주변국 잠수함정은 모두 기지와 주변 해역에 머물렀다. 이런 위성정찰 정보는 천안함에 어뢰 공격을 감행할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는 군사적 상식을 뒷받침한다.
이제 벅찬 과제를 감당하려면, 합동조사단의 결론을 무턱대고 부정하며 혼란을 부추기는 행태부터 그만둬야 한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민간 전문가 25명과 미국 호주 영국 스웨덴 전문가 24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공동으로 내놓은 조사결과는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와 전문학계의 지속적 검증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과학적 반증 없이 허황된 좌초나 충돌설 등을 계속 떠드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정부를 불신하는 이들은"북한제 어뢰라도 북한 소행이란 증거는 아니다"고 주장할 법하다. 그러나 대치상황의 접적해역에서 초계함이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하고 수십 명이 전사한 사태를 일반 형사 사건처럼 논란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정체를 숨긴 잠수함 공격은 수상 함정의 우발적 교전과도 비교할 수 없는 불법적 도발 행위이자 사악한 테러다. 무작정 북한을 비호하는 이들은 희생 병사들과 유족의 원한과 국민 정서는 아랑곳 없이 민족과 남북의 장래를 떠드는 헛된 위선을 깨달아야 한다.
천안함 사태는 남북이 대결과 공존의 이중적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 현실을 통렬하게 일깨웠다. 이런 각성 없이 교류와 협력을 외치는 것은 공허한 이상론일 수밖에 없다. 적대적 대치를 지속한 불행한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무도한 도발 행위를 단호히 규탄하고 응징하지 않고서는 남북의 밝은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
대화ㆍ협력만으로 북 변화 못 시켜
우리는 정부가 국제적 제재와 교류협력 중단 등의 단호한 대응을 추진하는 것을 지지한다. 지금은 동북아 정세 악화, 남북 긴장고조, 6자 회담 표류 우려 등에 마냥 얽매일 때가 아니다. 북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는 안보 태세를 강화하면서, 다각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할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 압박, 후계구도 불안, 경제난 악화 등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은밀한 도발을 선택했다고 볼 만하다. 이는 곧 체제 안정을 이룰 때까지 대외적 긴장을 조성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일 수 있다. 따라서 과거처럼 대화와 협력만으로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 남북의 현실을 바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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