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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부사랑에도 사회적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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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부사랑에도 사회적 지원을

입력
2010.05.2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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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 5월에 둘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굳이 21일을 택했다고 한다. 이는 OECD 국가들 가운데 이혼율 1위, 청소년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극복하고 매년 증가하는 자녀 학대를 예방하려는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과연 가정의 달에 부부의 날을 정하는 것으로 가정의 행복이 보장되는가?

'21일'은 둘이 하나 된다는 날

2000년 5월 가정의 달에 우리나라 최초로 부모 토막살해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소위 명문대 2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그의 부모는 사관학교, 명문여대를 졸업했다. 이 가정은 경제적으로도 전혀 어려움이 없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단란한 가정이었다. 당시(2001년) 심리학자 이훈구씨가 피의자의 일기 20권, 심문조서, 법정진술문, 피의자 및 형과의 면담내용에 기초하여 분석한 결과, 부부갈등, 자녀학대, 입시경쟁, 중학교와 군대에서의 왕따 피해, 인터넷 중독이 이 사건에 상호영향을 주었고, 피의자는 정상적 정신상태에서 범행했음을 밝혔다.

부모는 일찍부터 사이가 좋지 않아 각 방을 쓰고 있었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는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 부모가 같은 방을 쓰는 것을 보고 오히려 놀랐다고 한다. 부부 불화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법적으로만 부부였지 사실상 이혼 상태였다. 그 결과, 가족 간 대화도 끊고 서로의 갈등을 자녀에게 화풀이하고 신체적, 정서적으로 학대함으로써 자녀 마음 속을 우울과 분노로 가득 채웠다. 실제로 어머니는 너희들 때문에 이혼도 못하고 족쇄를 차고 있다고 늘 푸념하여 피의자로 하여금 이유 없는 죄책감에 빠지게 했고, 스스로 가치 없는 인간이라고 느끼게 만들었다. 이러한 생각은 명문대에 입학했어도 씻겨지지 않아 자살까지 생각했고, 제대 후 사건 직전 처음으로 부모에게 속마음을 표현했으나 부모의 냉담한 반응에 분노하여 살해하게 되었다.

결국 피의자는 부모의 불화 때문에 정서적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 부모의 학대, 또래의 폭력까지 이중, 삼중의 피해를 당했다. 심리학자가 세 차례 만났던 피의자는 연약한 몸에 앳되고 해맑은 얼굴을 하고 있는 청년이었으나, 그의 내면은 겉 모습과는 아주 딴판으로 불신, 증오, 분노, 우울로 가득 차 사막처럼 메말라 있었고, 부모로부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듣고 싶었다며 울먹였다고 한다.

화창한 부부의 날에 굳이 10년 전 충격적 사건을 떠올리는 이유가 있다. 이 사건은 한 가정의 개인적 사건이자 동시에 그 원인이 우리 사회가 아직도 떠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상호 작용하여 발생된 사회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모살해 사건은 미국에서는 거의 매일 한 건씩 발생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최근 아동학대 판정사례의 85%가 친부모에 의한 학대였고, 그 주요 원인이 양육부담으로 인한 부부갈등이라는 사실은 제2, 제3의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이 사건의 객관적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이를 기초로 건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자녀를 안심하고 낳아 행복하게 키울 수 있도록 정부의 물질적, 정서적 지원도 강화되어야 한다.

건전한 가정은 부부화목에서

최근 연구 결과, 부부갈등의 상황에서도 영아보육, 산후우울증 사례 관리, 부모 교육, 가족 상담 등 사회적 지원을 받은 부모는 자녀를 덜 학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사회적 지원으로 부부갈등이 자녀학대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만일 피의자의 부모가 믿고 상담할 수 있는 전문가가 주변에 있었더라면, 피의자가 마음을 열어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학교사회복지사를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이혜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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