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시위대(레드셔츠) 지도부의 투항 이후에도 방콕 도심의 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19일 오후부터 20일 오전까지 이뤄진 시위대의 게릴라식 방화로 방콕 도심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처럼 저항이 계속되면서 정부와 레드셔츠 간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태국 정부는 방콕과 23개 주에 내려진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3일 더 연장한다고 20일 밝혔다. 당국은 시위대 진압 작전이 끝난 이후 약탈과 방화 등 혼란을 막기 위해 19일 오후 8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통금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시위대의 강제해산 이후에도 일부 시위대가 도심 곳곳에서 방화와 저격 등 저항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날이 밝은 이후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방화와 소규모 충돌이 계속됐다. 군 당국은 시위대 점거지역이었던 라차프라송 거리의 고층빌딩에 무장 세력들이 아직 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39곳이 방화 공격을 받았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대부분 진화됐지만 태국 최대 쇼핑몰인 센트럴 월드가 일부 붕괴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진화 과정에서 소방관들을 향한 총격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증권거래소, 방송국, 정부기관, 호텔 등 대형 공공장소에 주로 방화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편의점이나 금은방 등 소형점포까지 방화와 약탈이 잇따라 혼란을 가중시켰다.
시위 지역 내 안전지대인 사찰로 피신했던 시위대 수천명은 이날 오전 경찰에 의해 큰 충돌 없이 해산됐으며 곧 귀가조치가 내려질 예정이다. 남아 있던 시위대는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 노인들이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사찰을 포위한 뒤 경고 사격을 가해 한 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사찰 내 시위대 해산과정에서 복부에 총상을 입은 시신 6구가 추가 발견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사찰 내 사망자가 9명이란 보도도 나온다. 정확한 사망 시점과 경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태국군은 연관성을 부인했다. 산선 캐우캄넛 군 대변인은 "병력이 사찰 내 시위대를 공격하려 했다면 훨씬 많은 인명 피해가 났을 것"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하겠지만 병력이 사찰에 진입하기 전에 벌어진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진압 과정에서 숨진 희생자는 모두 14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90여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시위 지역이었던 라차프라송 거리 일대를 둘러본 외신들은 이날 거리가 비교적 조용했으며 군경이 검문과 함께 때때로 상공을 향해 경고사격을 하며 순찰을 강화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레드셔츠의 주축인 노동자, 농민층과 정부 간 갈등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여서 언제든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전날에도 레드셔츠의 주요 근거지들인 북동부의 4개 주에서 정부 건물이 방화 공격을 받았다. 망명 중인 탁신 친나왓 태국 전 총리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위대 강제 해산이 “대규모 불만을 폭발시킬 것이며 게릴라전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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