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후 증시가 급락하면서 재벌그룹 오너와 핵심 경영진의 자사 주식 매입이 잇따르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이날 공시를 통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자사주 14만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연초 5만원을 넘던 한화 주가가 4만원 이하로 내려가자, 이달 12부터 19일까지 50억8,775만원을 들여 주당 3만5,000원 내외에서 주식을 사들였다.
회사측은 “경영권 강화를 위해 지분을 매입했다”밝히고 있는데, 실제로 이번 매수로 김 회장의 지분율은 22.64%로 이전보다 0.19%포인트 높아졌다. 또 장남 동관(4.44%)씨 등 친인척과 한화에스엔씨(2.20%)와 같은 특별관계자까지 포함하면 김 회장의 직접적 영향력 아래 있는 지분은 36.04%에 달하게 됐다.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는 두산그룹도 대주주 일가와 경영진이 대거 ‘구원투수’로 나선 상태. 7일부터 이재경 두산 부회장과 제임스 비모스키 부회장이 각각 5,000주를 장내 매수했으며, 박용만 회장의 차남인 재원씨 등 일가족도 5,700주를 사들였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자회사인 진흥기업 증자 참여설로 효성 주가가 떨어지자 11일과 13일 4만주를 매입했으며, LG전자도 이달 들어 남용 부회장(2,016주)을 필두로 안승권, 강신익, 이영하 사장 등 경영진이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증권업계에서도 대신, 신영, 유화증권 등의 오너가 자사주를 사들였다. 대신증권의 경우 이어룡 회장(2만7,720주)과 장남인 양홍석 부사장(16만5,520주)이 지분을 늘렸으며,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이 보통주 8,480주와 우선주 1,850주를 매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매도세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현저하게 빠진 상태”라며 “주가 하락을 이용해 낮은 비용으로 기업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우리 회사는 괜찮다’는 자신감을 외부에 드러내기 위해 대주주가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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