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권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던 프랑크 라뤼 유엔 의사ㆍ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면담에서 상당한 신경전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 현 위원장은 라뤼 보고관의 책무와는 동떨어진 발언으로 대응하다 망신을 자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복수의 인권위 관계자에 따르면 라뤼 보고관은 12일 인권위를 방문, 현 위원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최근 한국 인권위의 역할이 매우 미비하다.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정원의 명예훼손) 소송에 인권위가 침묵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 위원장은 "소송 중인 사건에 인권위가 목소리를 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응수했고, 라뤼 보고관은 "법원 판결이 난 이후의 판단이 무슨 소용이냐. 당연히 인권위의 목소리가 법원결정에 영향을 끼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각을 세워 두 사람 간에 심상찮은 긴장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견충돌을 빚자 현 위원장은 "유엔 특별보고관이 그 동안 두 번이나 다녀갔는데,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더라. 북한에 관심이 없는가"라며 뜬금없이 쇼핑백을 건넸다. 여기에는 북한인권 관련자료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라뤼 보고관은 이에 "유엔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인권 상황을 보러 온 것"이라며 "유엔에는 북한인권담당자가 따로 있으니 그쪽에 얘기하라"고 일침을 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불과 넉 달 전인 1월 방한한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탈북자 사회정착지원기관인 하나원과 외교, 통일부 등 관계기관을 방문, 북한 인권상황 등을 조사한 뒤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문타폰 보고관의 방한활동과 보고서 내용은 언론에도 비중 있게 보도돼, 결국 현 위원장이 무지를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현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취임 후 가진 간부들과의 첫 대면에서 "나는 신문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좌중을 경악하게 한 적이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당시 면담 내용이 내부에 전해지면서 위원장의 개념 없는 발언으로 인권위는 물론 국가적으로 망신을 당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인권위 분위기를 전했다.
현 위원장은 이달 초 내부심의 중인 북한인권 관련 안건을 국회에 먼저 보고, 인권위의 합의제원칙을 무시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등 돌출언행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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