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청소년 배심원 참여법정제 내달 시행 앞두고 모의재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청소년 배심원 참여법정제 내달 시행 앞두고 모의재판

입력
2010.05.19 17:32
0 0

"자전거를 왜 훔쳤죠?"(진행을 맡은 현직 교사)

"저… 당시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들어와 저를 막 때렸어요… 화가 나 집 근처를 떠돌다가 우연히 만난 친구가 자전거를 훔쳐서 타자고 해서… 잘못했어요…."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358호 법정. 길가에서 자전거 3대를 훔친 A군(중3)이 잘못을 시인하며 고개를 떨궜다. 일순간 법정은 조용해졌고, A군에게 '숙제'를 내주기 위해 모인 9명의 청소년 참여인단도 숙연한 자세로 A군을 응시했다. A군은 자신의 비행사실과 그 이유, 가정형편 등에 관한 진행 교사의 질문에 성실히 답한 뒤 퇴정했다. 참여인단은 그제야 말문을 열고 "사건본인(A군)의 취미가 영화감상이니까 절도에 관한 작품에 직접 참여하는 과제를 내서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담배를 하루에 반 갑 핀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니 금연클리닉에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이들은 최종적으로 A군에게 일기쓰기와 미디어 체험학습, 금연클리닉 참여, 청소년참여인단 활동을 과제로 선정했다. 재판 시작 후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한 뒤 법정을 떠나 있던 판사는 참여인단의 과제 선정이 끝난 직후 법정에 들어와 A군에게 이 과제의 이행을 명했다.

소년3단독 신한미 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은 사실 '가짜재판'이다. 서울가정법원(법원장 김대휘)은 내달 중순부터 전국 법원 가운데 최초로 경미한 비행을 저지른 소년에 대해 같은 또래의 청소년을 일종의 배심원으로 참여시키는 청소년 참여법정을 시행한다. 통상 소년보호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제도 시행에 앞서 절차와 그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이날 모의재판을 연 것이다.

청소년 참여법정은 가출학생 등 우범소년이나 초범이면서 1호(감호위탁)~3호(200시간 이내 사회봉사명령)처분에 해당하는 경미한 범행을 저지른 19세 미만 청소년 사건에 대해 또래 5~9명이 사건을 심리한 뒤 적합한 과제를 판사에게 건의하면, 판사가 그 과제의 이행을 명하는 제도다. 해당 학생이 과제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판사는 별도의 보호처분 없이 사건을 그대로 종결 처리하게 된다.

참여인단은 비행 소년과 같은 학교나 지역에 속하지 않은 서울시내 중3~고2 학생 가운데 무작위 추첨 후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623명과 청소년 참여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학생들 중에서 선정된다. 비행 소년에게 부과되는 과제는 일기쓰기와 청소년 참여인단 활동 등 필수과제와 안전운전 강의, 형사법정 방청 후 소감 쓰기, 인터넷 중독 예방교육 받기 등 다양하다. 2개월간 40시간 이내에서 이행할 수 있도록 5가지 이내의 과제가 정해진다. 재판은 학생들의 일정에 맞춰 주로 방학이나 방과 후에 실시할 예정이다.

모의재판이 끝난 뒤 참여인단의 구성원이었던 한 여학생은 판사와의 간담회에서 "법은 처벌이 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교육적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가정법원 김윤정 공보판사는 "이 제도는 처벌보다 품행 교정과 건전한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소년보호재판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사건 당사자나 참여 학생 모두가 책임감과 준법 의식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