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로 뒤진 SK의 8회말 공격. 선두타자 7번 대타 박재홍에게 볼넷을 허용한 넥센 선발 고원준(20)은 8번 대타 임훈을 풀카운트 접전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5개. 최강팀 SK를 상대로 무명의 약관이 프로 통산 11번째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눈앞에 둔 순간이었다. 다급해진 김성근 SK 감독은 9번 조동화 대신 또 다시 대타 이호준을 기용했다.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고원준의 손끝을 떠난 초구는 한가운데로 몰렸고, 이호준의 방망이에 정확히 걸린 타구는 중견수를 훌쩍 넘어 펜스까지 굴러갔다. 2루 주자 박재홍을 여유있게 불러들이는 1타점 2루타.
정민태 넥센 투수코치는 곧바로 올라와 고원준의 등을 두드려주며 공을 건네받았다. 노히트노런은 물론 완봉승, 완투승까지 한꺼번에 날아갔지만 고원준은 생애 최고의 투구로 존재를 확실히 알렸다.
넥센이 19일 인천 SK전에서 2년차 신예 고원준의 역투에 힘입어 16-1 대승을 거뒀다. 고원준은 7과3분의1이닝 동안 1피안타 4볼넷 5탈삼진 1실점의 눈부신 피칭으로 단독 선두 SK의 30승 고지 선점을 저지했다.
고원준은 경기 후 "주위에서 얘기를 해줘 7회 들어가면서 노히트노런을 조금 의식했다. 부담 없이 던지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조금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타선에서는 3번 유한준이 개인 통산 두 번째 만루홈런(시즌 15호ㆍ통산 535호) 포함, 6타수 5안타(2홈런) 8타점으로 대폭발했다. 8타점은 97년 삼성 정경배(SK 코치)를 시작으로 이전까지 8명이 기록했던 한 경기 최다타점 타이 기록.
지난 4일 인천 경기에서 SK의 17연승을 저지했던 넥센은 이후 SK전 3연승의 기세를 올리며 '비룡 천적'으로 떠올랐다. 올시즌 SK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둔 팀은 넥센이 유일하다.
대구에서는 LG가 3연승을 거둔 선발 김광삼의 호투와 장단 19안타를 몰아친 집중력을 앞세워 삼성을 10-4로 대파했다. 군산에서는 롯데가 9회초 2사 만루에서 7번 조성환이 밀어내기 사구를 얻어 3-2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5위 롯데는 3연패에 빠진 KIA와의 승차를 2경기로 좁혔다.
잠실에서는 한화가 5시간이 넘는 연장 11회 혈투 끝에 7-4 역전승을 거두고 두산전 6연패를 끊었다. 올시즌 처음으로 '잠실 곰' 사냥에 성공한 한화는 3연승 포함, 최근 6승1패의 호조. 한편 이날 4개 구장에는 3만6,697명의 야구 팬이 입장, 역대 2번째 최소경기(165) 200만 관중 돌파 기록을 세웠다.
대구=노우래기자
인천=성환희기자
최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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