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봄 개편으로 착해졌다. 선정성을 배제하고 공익적 오락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개편 취지에 맞춘 변화다. 근엄한 자세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보자는 시도인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예능 프로그램은 막말과 독설, 사생활 폭로 등으로 자주 빈축의 대상이 됐다. 프로그램마다 비슷비슷한 형식과 내용으로 베끼기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주 방송을 시작한 KBS2 TV의 새 예능 프로그램들은 기획 의도부터 색다르다.
우선 '해피버스데이'(월요일 밤 11시 5분). 이른바 '출산 장려 버라이어티'로 "가임 부부가 한 명씩만 더 낳아 대한민국이 출산율 1위 국가가 되는 그날까지"를 모토로 삼은 캠페인성 프로그램이다. 스타들로 이뤄진 축하사절단이 산부인과에 대기하다가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 등으로 구성된다.
반응은 엇갈린다. 시청자 게시판엔 공영방송다운 적절한 편성이라는 목소리와, 재미가 없다는 글들이 함께 올라 있다. 한 시청자는 "출산을 독려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출산에 관해 적극적인 방송이 불편했다"는 글을 올렸다. 시청률은 8%를 기록했다.
'미녀들의 수다' 후속으로 신설된 '쾌적한국 미ㆍ수ㆍ다'(토요일 오후 7시 10분)는 한국 사회가 세계 일류로 발전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을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의 시각으로 풀어보는 토크쇼다. '상상대결'(목요일 오후 8시 50분)은 카이스트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연예인들이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 '리얼 과학 버라이어티'를 표방한다.
예능 프로그램의 공익성 추구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지난 주 첫 방송 시청률은 5~8%선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시청자의 반응을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 하지만 섣부른 공익성의 가미가 재미라는 예능의 본질을 훼손할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방송계에선 "신선도가 떨어진다" "예능마저 정부 시책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의 공익성 추구는 수신료 인상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선도 KBS로서는 따가울 법하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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