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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힘' 빠진 원로조폭 고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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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힘' 빠진 원로조폭 고희연

입력
2010.05.1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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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오셨습니까."

19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 속속 도착한 수십 여대의 검은색 대형세단에서 내린 검은 양복의 건장한 사내들이 호텔 로비로 들어서자 걸쭉한 인사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반면 호텔 앞길과 로비 곳곳에 배치된 경찰들은 예리한 눈초리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상황임을 행인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 '신상사파' 보스의 오른팔로 주먹계 원로인 이모씨의 고희연(古稀宴) 풍경이다.

행사 이틀 전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이날 호텔 주위에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 기동대 1개 중대, 광역수사대, 강남서 소속 강력팀, 경찰특공대 등 150~160여명을 배치했다. 경찰은 호텔 입구에서 캠코더를 이용해 고희연에 참석하는 인원에 대한 채증조사와 불심검문으로 주먹들의 위세에 예봉을 꺾으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경찰관계자는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거물급 조직폭력배들이 한자리에 모여 호화행사를 개최하며 자신의 세를 과시하려는 것에 대해 초반부터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으나, 전례 없는 경찰력의 대거 투입에 주먹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주인공인 이씨는 "경찰이 몰려와서 일생에 한 번뿐인 잔치를 망쳤다"고 못마땅해 했다. 이날 칠순을 맞은 이씨는 일본 출생으로 19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서울 뒷골목을 장악했던 '신상사파' 보스의 오른팔이자 57년부터 60년대 중반까지 서울 영등포 일대에서 활동한 '새마을파' 두목 출신. 원로 대접이 깍듯한 주먹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일만한 비중의 인물이다.

하지만 당초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칠성파 두목 이강환, 양은이파 조양은, 범서방파 김태촌 등 거물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찰이 미리 관리대상에 오른 인물들에게 연락, 경고하고 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하도록 조치를 취한 탓이다. 뒤숭숭해진 분위기에 참석한 한 50대 사내는 "형님들의 고희연이나 결혼식 등은 지난해에도 많았고, 늘 좋은 분위기 속에서 끝났는데 억울할 따름"이라며 '너무 한다'는 반응이었다.

경찰은 "잔치를 방해할 생각은 전혀 없다. 행여 일부 고희연 손님이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폭력사태를 야기할까 봐 대비한 것"이라며 "호텔로부터 폐쇄회로TV 영상도 넘겨받아 수배대상을 추려내 검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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