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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은 11번째 '세계 측정의 날'/ "대한민국이 표준" 국산 측정기술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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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은 11번째 '세계 측정의 날'/ "대한민국이 표준" 국산 측정기술 세계로

입력
2010.05.1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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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5년 5월20일. 17개국 과학자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미터협약'에 서명했다. 이때부터 국가 간 거래를 할 때 m나 kg 등 지금과 같은 측정단위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나라마다 단위가 달라 생기는 불편함이 해소된 것이다. 이를 기념해 2000년 국제도량형총회는 5월20일을 '세계 측정의 날'로 정했다. 오늘은 제11회 세계 측정의 날이다.

측정은 과학의 출발점이다. 정확한 측정기술 확보는 한 나라의 과학뿐 아니라 산업 전체의 신뢰도를 좌우한다. 과거 일본과 중국에 뒤졌던 한국의 측정기술은 이제 세계 곳곳에서 표준으로 쓰일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 최근 잇따라 수출된 국산 측정기술들이 이를 증명한다.

러시아 이긴 국산 측정기술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에선 우리나라와 러시아 과학자들 간 치열한 기술 수출 경합이 벌어졌다. 결과는 우리나라 승.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과 측정기기전문회사 파이맥스는 직접 개발한 조명 효율을 측정하는 표준기를 약 5억원에 카자흐스탄의 국가표준기관으로 수출했다.

박승남 표준연 온도광도센터 책임연구원은 "대부분의 과학기술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카자흐스탄이 한국을 선택한 건 기기의 성능과 가격 측면에서 모두 우리가 앞섰다는 의미"라며 "국제사회에서 한국 측정기술을 공식 인정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수출된 표준기는 같은 전력을 썼을 때 조명이 얼마나 밝은지를 측정하는 기기다. 발광다이오드(LED)를 비롯한 조명 관련 제품을 국가 간에 거래할 때 이 같은 효율은 중요한 판별 기준이 된다. 정확한 표준기가 있어야 제품 수출에 유리한 건 당연지사.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조명 효율 표준기를 확보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미국과 영국 등 약 10개국 뿐이다. 박 연구원은 "최근 한국도 그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며 "표준기가 없는 나라는 수입하거나 다른 나라 기기를 빌려 측정한 상대적인 값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타국 의존하다 이젠 스스로

이처럼 외국으로 수출돼 현지에서 표준으로 쓰이기 시작한 국산 측정기술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체의 해외 진출이나 국가 간 교역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과학계는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한국은 국가 고유의 절대중력값을 독자적으로 측정하는데도 성공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중력(중력가속도)은 약 9.8m/s2이다. 지표면으로 물체가 떨어질 때 지구가 이만한 가속도로 잡아당긴다는 뜻이다. 이를 소수점 둘째 자리 이하까지 정밀히 측정하면 지역마다 100분의 1∼10억분의 1m/s2까지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서울의 평균중력은 위도 차이 때문에 홍콩보다 높고 영국 런던보다 낮다. 이 같은 값이 바로 절대중력이다. 학교나 기업에서 쉽게 측정하는 중력값은 절대중력과 비교해서 얻는 상대중력이다.

절대중력은 국가 전체 중력값의 기준이다. 이를 측정하려면 특정 지점에서 추가 떨어지는 속도와 거리를 정밀한 레이저와 원자시계로 이뤄진 절대중력계로 잰 다음 중력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을 보정해야 한다. 2008년 표준연은 절대중력계와 보정 기술을 갖추고 처음으로 국내 절대중력값을 측정했다. 과거엔 일본이나 중국 과학자들이 와서 측정해준 값을 썼다.

최인묵 표준연 질량힘센터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우리의 절대중력 측정기술을 말레이시아에 약 1만8,000달러를 받고 수출했다"며 "향후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에도 추가 수출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로 간 우리 전기기술

말레이시아는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의 전압표준기도 수입했다. 전기 분야에선 정확한 전압 측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류를 비롯한 여러 수치가 전압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전압표준기 성능이 떨어지면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부품의 측정값이 오락가락하고 불확실해지기 때문에 제품 전체의 완성도나 신뢰도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표준 전압을 만들어내고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전압표준기는 만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김규태 표준연 전기자기센터 책임연구원은 "전압표준기는 일반적인 실험에선 무시할 수 있는 아주 미세한 지자기 변화에도 작동을 멈출 정도로 예민하고, 영하 270℃의 극저온 액체 헬륨 속에서만 작동한다"며 "10년 넘게 연구한 끝에 개발한 국산 전압표준기를 이번에 12만 달러에 말레이시아로 처음 수출했다"고 설명했다.

나노기술과 생명과학, 우주항공, 위성통신 같은 첨단산업이 발전하면서 표준 측정기술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김 연구원은 "최근 개발도상국도 선진국 수준의 정밀한 측정을 실현하기 위해 우수한 측정능력을 보유한 나라들을 따라잡으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더 이상 표준을 따라가는 나라가 아닌 주도하는 나라로 변모하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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