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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들 "봄날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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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들 "봄날이 가네"

입력
2010.05.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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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회사의 신용은 누가 평가하는가.'

오랫동안 국제 금융계의 '갑(甲)'으로 군림했으나, 유럽발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무디스와 S&P 등 신용평가사에 대한 불만이 지구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을 '상전'으로 모셔온 주요국들이 '이번에는 본 때를 보이겠다'며 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잇따르는 규제안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자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다음달 신용평가사에 대한 범유럽 차원의 강화된 감시법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EU는 이미 지난해 신용평가사 등록을 의무화하고 신용등급 결정 방법을 공개토록 하는 규제안을 통과시킨 바 있는데, 이번에는 아예 이들을 직접 감시할 기관을 출범시키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미국 상원도 지난 13일 금융기관이 신용평가사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평가할 때 독립적 기구가 신용평가사를 지정토록 해 은행과 신용평가사의 유착을 막겠다는 취지다. 또 장기적으로는 연방정부가 증권ㆍ부채의 신용을 직접 평가, 신용평가사의 입지를 대폭 위축시킨 내용의 법안도 통과시켰다.

일본 역시 지난해 ▦신용평가사 등록 의무화 ▦이해상충 방지체계 구축 ▦신용평가실적 공시 등의 제도를 도입한 관련법을 마련했다.

규제 배경은

규제가 잇따르는 것은 신용평가사가 금융위기 과정에서 제구실을 못했기 때문. S&P가 뒤늦게 그리스 국채 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강등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급이 한국보다 높은 비합리적 행태가 비난을 사고 있다. 부당 내부자거래 혐의로 고소당한 미국 골드만삭스의 투자증권에 대해 S&P와 무디스가 최고 등급을 부여한 사실도 신용평가사의 평판에 치명타를 입혔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신용평가업계의 독과점 체제와 '피(彼) 평가자'와의 유착을 끊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3대 업체의 미국과 유럽 시장의 점유율은 각각 95%와 90%에 달한다. 또 피 평가자로부터 직접 수수료를 받는 만큼 신용평가사가 객관적 평가보다는 로비에 넘어가 과도하게 높은 등급을 부여하는 일도 횡행하고 있다. 시장에서 '등급쇼핑'(rating shopping)'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는 더 이상 쓸모가 없다"(빌 그로스 핌코 투자책임자), "평가대상 업체가 돈을 내는 시스템에 근본적 변화가 요구된다"(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움직임은

신용평가사의 신용 추락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최근 금융투자협회 발표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신정평가 등 3대 신용평가사가 투자적격(BBB급 이상)으로 분류한 회사의 부도율이 2008년 0.3%에서 지난해 1.6%까지 올랐다.

감독당국도 국내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따라 지난 1월 도입된 신용평가사 표준내부통제기준이 준수되고 있는지를 조만간 점검할 예정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총수익의 10% 이상을 기여한 기업에 대한 평가가 금지되고 ▦피 평가업체의 투자상품을 소유한 직원은 신용평가를 할 수 없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감독을 강화하더라도 불필요한 부담을 지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원칙"이라며 "일단 신용평가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감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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