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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산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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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산성비

입력
2010.05.1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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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날씨에 민감해졌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때 비라도 올라 치면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경우가 잦다. 27개월 된 아이가 우산을 들고 버스를 탈 수 없으니 안고 다녀야 하는데, 가방에 아이에 우산까지 한번에 들 여력은 도무지 안 되니 말이다.

간혹 보슬비처럼 가는 빗줄기가 오는 둥 마는 둥 할 때 아이와 함께 그냥 우산 없이 다녔다가 지인들에게 한 마디씩 듣기도 한다. 하나같이 "아이 감기 들겠다" 아니면 "어린아이에게 이런 산성비를 맞게 하면 어떻게 하냐"는 핀잔이다.

감기를 걱정하는 핀잔은 십분 공감하겠으나 산성비에 대해선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세상에 내리는 비는 산성일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거다.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산성을 띠기 때문이다. 구름에서 만들어진 빗방울이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이산화탄소가 녹아 들어 비는 산성도를 나타내는 수소이온농도지수(pH)가 5.6∼6.5 정도 되는 약한 산성을 띤다.

특별히 산성비라고 칭하는 건 pH가 5.6 미만인 비를 말한다. 공기 속에 이산화탄소 같은 자연상태의 산성물질 말고 이산화황이나 질소산화물 같은 오염물질이 많으면 이들이 비에 녹아 pH를 더 떨어뜨리는 것이다. pH가 낮을수록 산성이 강하다.

그런데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생활용품 가운데는 산성비보다 더 산성을 띠는 것도 많다. 샴푸는 pH가 4∼7, 녹차나 커피는 5∼6, 맥주는 4, 오렌지주스나 요구르트는 3.5, 식초나 콜라는 3 정도다. 한무영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평소에 먹거나 쓰는 것보다 산성도가 약한데도 유독 빗물이 피부에 좋지 않다고 여기는 건 잘못된 고정관념"이라며 "산성비가 피부나 소화기 등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빗물을 모아 하루 정도 두면 pH는 금방 중성이 된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칼슘이나 마그네슘처럼 땅 위나 먼지 중에 있는 알칼리성 물질과 섞이기 때문이란다.

엄마가 되고 나서 전보다 조심스러워졌다. 주변에 비슷한 또래 아이를 둔 엄마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인 듯하다. 매사 조심하는 게 나쁠 건 없지만 간혹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걱정까지 떠안는 경우가 있다. 산성비 걱정이 그런 예 아닐까 싶다. 대기오염 때문에 빗물이 점점 산성을 띠어가는 건 사실이고, 장기적인 대비도 개선책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빗물이 아이에게 닿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하진 않아도 된다. 어쩔 수 없이 아이가 비를 맞았어도 그게 산성비라서 우려할 필요까진 없다. 과학이 엄마들에게 그렇게 조언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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