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메디앙스정형외과
얼마 전 TV 오락프로에서 한 여대생이 키 작은 남자를 '루저(패배자)'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남녀 성대결까지 벌이며 설왕설래했지만 키가 너무 작으면 솔직히 사회생활을 하는 데 위축되는 것은 사실이다.
키가 너무 작으면 팔다리를 늘리는 사지연장술(피질골절골술)을 고려해 볼만하다. 22년째 사지연장술을 시행하고 있는 김용욱 라파메디앙스정형외과 원장은 "사춘기 이후 성장이 멈추면 더 이상 키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뼈 세포 재생능력을 이용한 사지연장술로 성장판이 닫힌 뒤에도 키를 늘일 수 있다"고 말했다.
4~9개월 만에 20㎝까지 키워
뼈는 바깥쪽 딱딱한 뼈(피질골)와 안쪽 푸석푸석한 뼈(골수)로 이뤄져 있다. 피질골 바깥쪽은 골막을 통해, 안쪽은 골수를 통해 피가 공급된다. 사지연장술은 골막으로 가는 혈관과 골수를 건드리지 않고 뼈 겉부분(피질골)에만 금을 미세하게 낸 뒤 뼈와 뼈 사이를 매일 조금씩 늘여주는 수술이다.
이렇게 하면 늘어난 뼈 사이에서 뼈의 진이 나와 뼈가 새로 생기고 혈관이나 조직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 뼈가 늘어난 부위에는 원래 뼈와 같은 조직과 혈관, 심지어 모세혈관까지 생기므로 늘어난 부위든 정상 부위든 똑같다.
수술 시기는 저신장 원인에 따라 다르다. 키가 조금 작다면 부족한 성장호르몬을 보충하거나 원인질환을 찾아내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렇게 해도 키가 자라지 않으면 성장판이 닫힌 뒤에 수술하면 된다. 성장판은 대개 남자의 경우 16세, 여자는 14세 정도에 닫힌다.
반면에 속칭 '난쟁이'로 불리는 연골무형성증 저신장 환자는 되도록 열 살 이전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 김 원장은 "성장이 끝난 뒤 수술을 하면 팔·다리 길이를 10㎝가량 늘이는 데 각각 1년4개월이 걸리지만, 어릴 때 수술하면 4~9개월 만에 20㎝까지 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는 치료ㆍ회복기간이 어른보다 짧다.
외ㆍ내부 고정기구로 팔다리 늘려
사지연장술은 크게 3가지가 쓰인다. 우선, 외부 고정기구만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수술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데다 중간에 다리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다만 외부 고정기구 착용 기간이 다소 길다. 어른의 경우 키를 7㎝ 정도 늘이는 데 평균 1년4개월이 걸린다.
두 번째, 내부와 외부 고정기구를 함께 사용하는 속성 연장술(외ㆍ내고정 복합치료법)이다. 이 방법을 쓰면 외부 고정기구를 3~4개월만 착용하면 되고, 5개월 정도 지나면 목발없이 걸을 수 있다. 또한 외부 고정 핀을 적게 사용하므로 흉터가 적고, 치료받을 때 통증도 훨씬 덜하다. 수술한 뒤 1년 정도면 걷고 뛸 수 있을 정도로 회복속도도 빠르다. 다만 수술을 여러 번 받아야 하고, 수술이 어려워 숙련의만 시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세 번째, 내부 고정기구만 사용하는 방법이다. 외부 고정기구를 쓰지 않아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고 외부 고정 핀을 쓰지 않아 통증이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이때 쓰는 내부 고정기구 가격이 너무 비싸고, 기구가 굵어 팔다리 뼈가 가늘면 수술할 수 없다.
팔다리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수술이니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수술 후유증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사지연장술을 해도 뼈 세포가 재생되면서 신경과 혈관, 모근 등 신체 조직이 새로 생겨나므로 관절염 등 뼈가 약해져 생기는 부작용의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예기치 못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반드시 수술 경험이 많은 전문의를 찾아 충분한 검사와 상담을 한 뒤 수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짧은 손발가락도 길쭉하게
손발가락이 기형적으로 짧은 단지증(短指症)도 연장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단지증은 대부분 유전으로 생기지만 외상이나 감염으로 성장판이 일찌감치 손상돼 생길 수 있다.
단지증은 수술만이 해결책이다. 우선은 뼈를 자른 뒤 그 사이에 다른 부위의 뼈를 넣어 한꺼번에 늘리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통증과 합병증 우려 때문에 별로 권장되지 않는다. 이보다 손발가락 외부에 뼈를 고정하는 기구를 달고 하루 평균 0.5~0.7㎜씩 조금씩 뼈를 자라게 해 길이를 늘리는 방법을 권장한다.
이 경우에도 성장판이 완전히 닫힌 뒤에 수술해야 한다. 수술하고 4개월 정도 고정기를 착용해야 하고, 고정기를 제거한 뒤 일정기간 굳은 손발가락 관절을 푸는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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