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전문가들이 꼽는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어디일까. 만장일치까진 아니어도 픽사가 먼저 입에 오르내린다. 픽사는 '토이 스토리'와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월E' 등을 발표하며 애니메이션 명가로 우뚝 섰다. 섬세한 그림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결합시켜 애니메이션을 새로운 경지에 올렸다는 찬사를 받는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설립에 참여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만년 2인자 대우를 받아왔다. '슈렉'과 '쿵푸팬더' 등 이름을 드높인 대형 히트작이 있지만 항상 2% 부족하다는 평가가 따랐다. 하지만 3D(입체)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는 이 회사의 부쩍 커진 역량을 느끼게 한다. 새롭고 재미있고 교육적이기까지 한 이 가족 영화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2인자 딱지를 떼고 픽사와 동등한 지위에 설 수 있음을 예감케 한다.
영화는 용감무쌍한 바이킹과 각종 용들의 대결을 주요 축으로 출발한다. 버크라는 섬에 거주하는 바이킹들은 용들을 해충 정도로 치부하지만 그들과의 전쟁은 만만치 않다. 용의 생태를 정확히 파악하려 하고, 섬의 생존을 위해 소년들을 용과 싸울 전사로 길러낸다. 그들에게 용은 없어야만 될, 없애야만 할 존재다.
화해와 평화라는 단어가 틈입할 공간조차 없어 보이는 시공간적 배경 속에서 족장의 아들 히컵은 보잘것없는 인물로 취급 당한다. 전사로서의 기개와 용맹함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 히컵은 그가 개발한 무기를 통해 가장 무서운 용이라는 나이트 퓨리를 잡고, 우여곡절 끝에 우정을 쌓는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평화가 가장 무서운 무기임을 입증한다.
대부분의 가족 애니메이션이 그렇듯 성장담을 큰 줄기로 삼은 이야기에 지루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결말은 해피엔딩이지만 뻔하지도 않다. 히컵과 투슬리스가 동병상련의 상황에 놓이는 마무리는 살짝 서글픈 미소를 자아낸다. 피오나 공주의 참모습을 동화 속 공주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게 묘사한 '슈렉'의 결말을 연상케 한다.
꽤 알찬 내용을 품은 이 영화의 최대 미덕은 역시 볼거리다. 역대 3D애니메이션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할 만한 화려한 화면을 선보인다. 입체감은 명료하고 색감은 뚜렷하다. 특히 히컵이 투슬리스라 이름 붙인 나이트 퓨리를 타고 하늘을 날다 급강하하는 모습은 아찔하다. '아바타'의 명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장면은 앞으로 나올 애니메이션에 본보기로 자리잡을 듯 하다.
이 회사 CEO 제프리 카젠버그는 "앞으로 모든 애니메이션은 3D로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과 막역한 사이이기도 한 카젠버그의 호기로운 자신감은 이 영화로 더욱 힘을 받을 듯하다. 애니메이션 '릴로와 스티치'를 합작한 딘 디블로이스와 크리스 샌더스 감독이 다시 만나 만들었다. 20일 개봉, 전체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