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8시50분. 달구벌 마른 밤하늘에 '번개'가 쳤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4ㆍ자메이카)가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대구국제육상대회 남자 100m에서 9초86(초당 풍속 0.1m)을 찍어 타이슨 가이(28ㆍ미국)가 보유한 대회 신기록(9초94)을 0.08초 앞당기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볼트는 2008 베이징(北京)올림픽 100m, 200m, 400m계주에서 모두 세계 신기록을 작성한 데 이어 지난해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100m(9초58,) 200m(19초19) 세계 기록을 쏟아내 '번개'와 같은 스프린터로 통한다.
출발은 다소 부진했다. 이날 자신의 통산 19번째 결승무대에 오른 볼트는 스타트 라인에 선 9명의 주자 중 꼴찌에서 두 번째로 출발반응속도(0.179초)가 늦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발 총성이 울리자 신발이 약간 땅에 끌려 삐끗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키 193cm에 몸무게 76kg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로 선두권에 합류한 뒤 70여m를 남기고 독주체제를 굳혀 마이클 프레이터(28ㆍ자메이카ㆍ10초15)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1위로 골인했다.
볼트는 이로써 아이보리 윌리엄스(25ㆍ미국)가 지난 4월 세운 올 시즌 최고기록(9초95)도 100분의 9초 앞당겼다. 볼트는 또 지난해 8월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9개월만의 100m 레이스에서 '가볍게' 9초8대를 기록하며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 대한 무대적응도 마쳤다. 볼트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경기장 분위기가 좋아 다시 오고 싶은 대회"라며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팀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함께 출전한 한국선수론 여호수아(23ㆍ인천시청ㆍ10초48), 임희남(26ㆍ광주광역시청ㆍ10초59) 김국영(19ㆍ안양시청ㆍ10초74)이 나란히 7~9위를 마크 31년전 작성된 한국기록(10초34)에도 훨씬 못 미치는 부진을 보였다.
앞서 열린 여자부 100m에서는 현역최고기록 보유자인 카멜리타 지터(31ㆍ미국)가 11초를 마크, 캠벨 브라운(28ㆍ자메이카ㆍ11초05)을 따돌리고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남자 200m에서는 라이언 베일리(21ㆍ미국)와 마빈 앤더슨(28ㆍ자메이카)이 거의 동시에 골인했으나 베일리가 20초59로 0.01초차 앞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올림픽 금ㆍ은ㆍ동메달리스트가 맞붙은 110m 허들에서는 데이비드 올리버(28ㆍ미국)가 세계기록 보유자 다이론 로블레스(24ㆍ쿠바)를 따돌리고 13초11로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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