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통계청이 한국전쟁 후의 출산 붐을 타고 태어난 1960년생 가상인물 '베이비부머 B씨'의 일대기를 사회ㆍ경제ㆍ문화ㆍ교육의 변화상과 다양한 통계자료에 얹어 재구성한 자료를 내놨다. 콩나물 교실, 뺑뺑이 세대, 우골탑, 중국집의 추억 등 50줄에 접어든 사람들이면 "그래, 우리 땐 그랬지"라며 맞장구를 치며 회상에 잠길 법한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고도 성장과 인구구조의 대변화 등 격동기를 온 몸으로 살아온 그들은 이제 또 다른 고민에 직면했다. 살 날은 구만리 같은데 은퇴시기는 다가오고 노후 대비도 제대로 한 게 없어서다.
■ 베이비 부머는 통상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계층을 일컫지만 1974년까지 넓게 잡는 의견도 있다. 60년대 중반 몇 해를 빼면 출생률 증가추세가 20년 동안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저출산ㆍ고령화가 지금처럼 급속히 진행되면 2030년엔 총 인구대비 65세 이상 비율이 24.3%에 달해 일본(31.8) 독일(27.8) 이탈리아(27.3)와 함께 세계 4대 노인국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1970년만 해도 3.1%로 G20 국가 중 가장 낮았던 노인인구비율이 일본의 턱밑까지 이른 셈이다.
■ 이 같은 인구구조는 중ㆍ장기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한편 재정 운용에도 큰 압박요인이 된다. 정부는 그리스 등 남유럽의 재정위기에 견주어 한국이 재정건전성은 모범적이라고 강조하지만 학계의 인식이 다르다. 복지 연금 등 고령화 사회의 급속한 도래에 따른 재정수요가 2015년을 전후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한국적 재정건전성의 잣대를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일본 독일 등이 상대적으로 노령화를 반영한 고용구조 등 사회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는 점도 잘 살펴야 한다.
■ 노령화는 국가적으로 큰 부담이지만 개개인에게도 생활태도 및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가족이나 사회에 대한 원망과 푸념이 늘수록 노년은 악몽이 되고 외톨이로 남게 된다. 때마침 한국골든에이지포럼이란 곳에서 고령자들에게 필요한 10계명을 발표했다. 표정을 밝게 웃음을 달고 살라, 불만과 잔소리를 줄여라, 화를 길들여라, 목소리는 가볍게 약간 높은 톤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라, 늙은이 냄새를 줄여라, 주변을 청결하게 정돈하라, 밝은 색깔의 옷을 입어라, 적당한 운동은 필수다, 몸과 머리를 많이 써라 등이다. 세월이 주는 선물로 노년을 즐기는 지혜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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