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의 계절이 돌아왔다. 땀을 많이 흘려 나는 적당한 몸 냄새는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증거다. 하지만 몸 냄새가 주위 사람들에게 역겨움을 준다면 문제다. 몸 냄새를 제대로 알면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우리 몸에서 나는 냄새와 건강의 관련성을 알아본다.
겨드랑이 냄새, 아포크린샘 때문
겨드랑이에서 나는 액취증(암내)은 땀 성분 자체가 아니라 땀샘 때문에 난다. 땀샘에는 순수하게 땀을 내는 에크린샘과 지방산과 유기물질을 배출하는 아포크린샘 등 2가지가 있다. 에크린샘은 몸 전체 골고루 분포하는 반면, 아포크린샘은 겨드랑이와 바깥 귀, 배꼽, 젖꼭지, 생식기 등에 나 있다. 아포크린샘에서 나오는 땀은 1시간 내에 박테리아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지방산과 암모니아가 돼 심한 액취증을 풍긴다. 특히 액취증은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청소년기부터 아포크린샘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생긴다. 하지만 아포크린샘 활동이 줄어드는 고령인에게는 액취증이 없어진다.
겨드랑이 냄새가 심하지 않다면 약용 비누나 향료 등 방취제를 쓰고 샤워를 자주 하면 된다. 땀을 많이 흘리면 냄새가 더 심해지므로 땀나지 않게 하는 발한 억제제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고 파우더를 뿌려 겨드랑이를 건조하게 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땀샘 입구를 막아 냄새 원인이 되는 땀 분비를 억제하는 다한증치료제인 '드리클로'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냄새를 없애려 겨드랑이 털을 제거하기도 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다. 땀 많이 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땀이 만드는 아포크린샘을 없애는 것이다. 박재길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땀이 과도하게 나는 것을 막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영구적인 치료법은 수술적 교감신경절단술"이라고 말했다. 수술적 교감신경절단술은 겨드랑이 부위 피부를 2㎜ 정도 자른 뒤 흉강경을 넣어 교감신경을 없애는 방법이다.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수술 후 통증도 거의 없다.
입 냄새, 잇몸 질환이 원인
탈무드에는 '입 냄새가 심한 아내와 이혼해도 좋다'는 랍비의 판결이 있을 정도로 입 냄새는 오랜 전부터 사람들을 괴롭혀왔다.
입 냄새는 치아 사이의 음식물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해 부패하면서 생기는 냄새와 잇몸질환으로 인해 잇몸에 고름이 생겨 냄새가 나는 경우가 8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소화기장애나 이비인후과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 고질적인 입 냄새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혀에 있다. 양치질할 때 혀 뒷부분과 잇몸을 잘 닦으면 입 냄새를 줄일 수 있다. 물을 자주 마셔도 입 냄새를 없앨 수 있다. 특히 사과나 당근을 많이 먹으면 입 냄새 제거에 상당히 효과가 있다.
발 냄새, 이소발레릭산이 주범
발 냄새 주범은 에크린샘에서 나온 땀이 세균에 분해돼 생기는 이소발레릭산이다. 그러나 심한 발 냄새는 원인이 따로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발에 곰팡이균이 증식하면서 생긴 무좀이다.
또한, 땀을 많이 흘려도 발 냄새가 심하게 난다.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신경계통 질환이 있어도 발꼬랑내가 난다. 특히 긴장과 스트레스, 불안, 운동 등이 발 냄새를 심하게 나게 한다. 발 냄새를 줄이려 긴장을 완화하거나 땀을 줄이기 위한 약물 요법, 발바닥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 보내는 전기 요법 등이 해결책이다.
머리 냄새, 피지 분비 때문
머리에 냄새 나는 것은 피지 분비가 늘어나서다. 머리에 땀이 많이 나는 사람에게 잘 생긴다. 특히 분비된 피지에 땀과 공팡이균이 섞이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이 때 관여하는 땀샘이 에크린샘이다. 지루성 피부염이 생긴 경우에 흔히 볼 수 있다. 두피 냄새를 없애려면 약용 샴푸로 씻는 것이 효과적이다. 냄새가 심하면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용액이나 항진균제로 치료한다.
당뇨병ㆍ콩팥 질환 등이 원인일수도
특정 질환으로 인해 몸 냄새가 날 수도 있다. 몸 속의 변화가 겉으로까지 드러나는 셈이다. 시큼한 냄새가 나면 당뇨병을 의심해야 한다. 체내에 케톤산이 늘어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림할 때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냄새가 나면 반드시 당뇨병 검진을 받아야 한다.
또한 말할 때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면 콩팥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배설이 잘 안돼 혈중 요소와 침의 요소 농도가 늘어나 그 일부가 암모니아로 변해 생기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감염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다. 갓 구워낸 갈색 빵 냄새가 날 때는 장티푸스를, 김빠진 맥주 냄새가 난다면 결핵성 림프선염일 수 있다. 디프테리아일 때는 달콤한 냄새, 녹농균 감염증일 때는 포도 냄새, 파상풍일 때는 썩은 사과 냄새 등이 난다. 또한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를 먹으면 곰팡이 냄새가 나기도 한다. 폐질환을 앓으면 폐 속 출혈로 인해 숨쉴 때 비린내가 나기도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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