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시에 근무하는 지인한테서 전화가 왔다. "광장 개방을 두고 말이 많다. 억울하다"고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서울광장) 등 시민단체의 각종 행사를 불허하면서 시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이 억울했던 모양이다. 그는 "개방에 분명한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항변했다.
시계추를 거슬러올라가 보자. 13일 '조전혁콘서트'가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정치색이 없는 국민음악회로 신고됐다. 하지만 출연 예정 유명 연예인들은 행사 직전 "정치성 공연인 줄 몰랐다"며 모두 불참했다.
18일 오후 보신각 앞. 애초 청계광장 주변 인도에서 열기로 돼 있던 투표참여페스티벌이 이곳에서 열렸다. 정치집회라는 이유로 청계광장 사용이 불허됐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말하는 '분명한 원칙'은 뭘까. 시에 따르면 각 광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위해 사용한다'는 조례에 따라 선착순으로 사용이 허가된다.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가 애초 불허됐던 것도 정치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다른 행사가 이미 허가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 광장의 개방 현황을 살펴보면 원칙이 그다지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앞의 예는 물론이고, 불허됐던 노 전 대통령 추모 행사가 하루 만에 허가로 바뀐 것이 시의 판단이 자의적임을 말해준다.
광장 개방의 진통은 매년 반복돼 왔다. 시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수 없는, 누가 봐도 시의 결정을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들어야 한다. 시민들의 몫도 있다. 광장 개방을 위한 공론을 모으고 적극 요구해야 한다. 비록 서울시 의회에서 잠자고 있지만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3월 시민 발의개정안)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남상욱 사회부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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