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이 20일 발표할 천안함 침몰 원인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어뢰에 의한 공격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합조단은 "북한이 부인하지 못할 증거를 갖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어뢰에 의한 공격을 입증하기 위한 과학적 증거다. 어떤 어뢰가 공격했고, 어떻게 폭발해 1,200톤에 달하는 천안함이 두 동강 났는지를 객관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합조단은 어뢰 파편에 한글이 적혀 있다는 사실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글은 북한의 개입을 입증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합조단은 또 탄두 200여㎏의 음향감응식 중어뢰가 천안함 좌현 바닥 3~5m 아래에서 폭발해 선체를 두 동강 냈다는 결과를 얻었다. 다양한 폭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다. 이때의 폭발력은 침몰 직후 감지된 지진파의 규모와도 대략 일치한다.
침몰 당시 가동했던 디젤엔진실이 아니라 그 앞쪽에 있는 가스터빈실이 폭발한 이유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뢰가 좌현 정면 쪽에서 사선으로 공격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뢰가 음향감응식이고 배 바닥과 3~5m 거리에서 폭발하도록 계산했는데 디젤엔진의 소리를 듣고 추격하다가 여기 못 미쳐 가스터빈실 아래에서 터진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서해에서 기동하는 상어급 잠수함에 1980년대 중국에서 개발한 Yu(漁)_3G 어뢰를 주종으로 운용하고 있다.
합조단은 이외에도 선체와 침몰 수역에서 화약흔을 검출해 폭약 배합 비율 등을 분석했다. 당초 화약흔의 양이 적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게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지만 예상보다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스크루 등 어뢰 파편을 수거해 알루미늄 합금 성분, 표면처리 기법 등을 분석했다. 특히 어뢰 파편에서 북한 글씨체로 보이는 일련번호까지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100%는 아닐지 몰라도 어뢰의 제조 내역을 상당 부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진척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학적 증거를 보완할 정황 증거도 있다. 골자는 북한 잠수정이 어떤 경로로 서해 경계망을 뚫고 들어왔느냐다. 합조단이 기존 외국 조사단과 별개로 뒤늦게 캐나다 등의 정보ㆍ작전 전문가들을 합류시킨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군은 침몰 전후로 북 잠수정 두 척의 행방이 묘연했다는 것을 파악해 이미 국회에 보고했었다. 따라서 이 중 일부가 천안함을 공격했는지, 아니면 제3의 공격 주체가 있는지가 관심이다. 물론 "초계함의 레이더에도 안 잡힌 잠수정의 기동 흔적을 무인정찰기(UAV)나 인공위성으로 들여다본다고 해서 알 수 있을지 의문"(군 관계자)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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