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양대웅(68) 현 구청장과 민주당 이성(54) 전 서울시 감사관의 양자 대결 구도가 된 구로구는 서울 구청장선거 중에서도 빅 매치로 손꼽힌다. 구로구는 전통적으로 호남 출신이나 저소득층이 많아 야권 강세지역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 지역에 아파트들이 다수 들어서면서 18대 총선 때는 갑(이범래ㆍ한나라당)과 을(박영선ㆍ민주당) 선거구를 여야가 나눠 가졌다. 이번 6ㆍ2 지방선거에는 현역구청장이 3선에 도전하고 있어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두 후보는 과거의 동지에서 오늘의 적으로 바뀐 케이스다. 두 후보 모두 서울시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했고, 구로구 부구청장을 거쳤다. 특히 양 후보가 처음 구청장에 당선된 2002년 이 후보도 부구청장으로 부임해 나란히 업무를 시작한 점도 흥미롭다. 8년 전 양 후보가 당시 박원철 구청장(민주당) 밑에서 부구청장으로 구정을 보좌하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간판을 달고 맞붙은 경우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판세는 민주당이 전략지역 분류해 지원하는 등 이 후보가 초반 약세를 극복, 양측이 박빙을 이루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양 후보 측은 “중앙당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10% 이상 앞서고 있다”며 “취약지역인 가리봉동과 구로2,3,4동을 제외하고는 전 지역에서 우세다”고 강조했다. 가리봉동 개발, 고척동 돔구장 건설, 항동 수목원 완공, 교도소 이적지 개발 등 그 동안 추진중인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낙후지역인 구로가 서남권 중심지로 도약하려면 강한 추진력이 최우선 덕목이란 주장이다.
양 후보 측은 “서울시 기획통으로 불리던 이 후보와 달리 여의도공원을 만들고 성수대교 붕괴 수습, 88올림픽준비 주무계장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양 후보는 ‘책상행정’과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는 “이미 역전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 후보는 “구민에게 군림하지 않고 겸손하게 소통하는 구로구청 공무원 상을 우선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장, 시정개혁단장 등을 거친 이 후보는 시 감사관 시절 한 차례의 비리만 적발돼도 공직에서 곧바로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만든 바 있다.
이 후보 측은 “양 후보가 8년 전 박원철 구청장의 3선 도전을 거론하며 ‘나이 70인데 세 번씩이나?’란 선고공보를 뿌렸다”며 “이 사실이 회자돼 노인층이 동요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경기 안양시와 협의를 거쳐 구로1동 철도기지창을 이전한 뒤 해당지역을 역세권 벨트로 개발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경인로변 공구상가단지의 고층복합건물 개발, 24시간 개방형 어린이집 보급 등을 내걸었다.
두 후보가 박빙으로 갈수록 서남권 시외버스터미널 건립 등을 표방한 강신일(48) 평화민주당 후보의 야권표 분산 여부도 관심이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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