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펜실베이니아, 켄터키, 아칸소, 오리건 등 4개 주에서 18일 일제히 치러진 11월 중간선거 프라이머리(당내 예비선거) 결과 현역 정치거물들이 줄지어 고배를 마셨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건강보험개혁 과정에서 골이 깊어진 이념적 갈등으로 인해 여ㆍ야 모두 ‘현역 의원 기피증’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민주, 공화 양당은 힘겨운 중간선거를 치러야 할 처지에 놓였다. 중간선거의 민심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중요 이벤트로 여겨지던 프라이머리에서 ‘세대교체’를 원하는 표심을 확인한 것이다.
19일 개표결과가 나온 펜실베이니아주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는 6선에 도전하는 알렌 스펙터 상원의원이 조 세스탁 하원의원에게 지지율 46% 대 54%의 격차로 완패했다. 스펙터 의원은 지난해 4월 공화당 당적을 던지고 민주당으로 건너온 상원의 정치거물이다. 공화당에서 중도성향을 보이던 스펙터 의원이 보수성향이 강한 팻 투미 전 하원의원에게 의석을 뺏길 것을 우려해 당적을 옮기는 강수를 던졌다. 그는 당적 변경 후 ‘주당에 ‘슈퍼 60석’을 선사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지만 결국 민주당원의 마음까지 얻지는 못했다. 스펙터 의원을 누른 세스탁 하원의원은 진보성향이 뚜렷한 정치인으로 스펙터의 공화당 경력을 상기시키며 “진정한 민주당 의원은 나”라고 부르짖어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인물이자 중간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했던 거물정치인이 예비선거에서 패배함에 따라 민주당내에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프라이머리가 열린 켄터키에서도 예상을 깬 신인 정치인의 승리 소식이 들려왔다. 당초 공화당 실세인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의 지원을 받아온 트레이 그레이슨 주 국무장관이 손쉽게 이길 것이란 예상을 깨고, 의사출신 랜드 폴이 압승을 거둔 것이다. 무려 59% 대 35%의 득표율 차이를 보이며 거물을 물리친 랜드 폴은 보수 시민운동 단체인 ‘티 파티’의 지지를 받은 인물이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 여겨졌던 ‘티 파티’의 정치적 영향력이 가볍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아칸소에서도 현역 유력 인사가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해 승리를 결정짓지 못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3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블랑슈 링컨 상원의원이 빌 할터 부지사를 상대로 45% 대 42% 격차의 아슬아슬한 선두를 점하는데 그친 것이다. 50%의 지지율을 얻지 못한 링컨 의원은 내달 초 치러질 결선투표에서 다시 한번 할터 부지사와 자웅을 겨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주력 인사들의 패배에 대해 “양당 모두 정신이 번쩍 들 결과”라며“워싱턴의 리더들이 선택한 인물이 고전을 치렀다는 사실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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