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회사나 부도 직전 회사를 앞세워 사실상의 나랏돈인 무역금융 100억여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전문사기단이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수탁(受託)보증제도를 이용, 무역금융 대출금 을 가로챈 혐의로 대출총책 권모(55)씨 등 8명을 구속하고, 유령회사 설립을 위해 명의를 빌려준 임모(47)씨 등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2000년도부터 시행된 수탁보증은 한국수출보험공사가 16개 시중은행과 협약을 맺어 총 대출금의 80%는 보험공사가 보증하고, 나머지 20%만 은행이 책임지는 방식으로 중소수출기업에 대출해주는 제도다. 은행들은 수탁보증서 발급부터 대출실행까지 직접 담당한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 등은 2006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노숙자나 부도 직전의 회사 대표를 포섭해 유령회사 46곳을 만든 뒤 이들 간의 허위거래로 금융 및 수출실적, 세금납부서 등을 조작, 수탁보증제도를 통해 K, W 등 시중은행들로부터 46차례에 걸쳐 무역금융 100억여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권씨 등은 500만~~3,000만원을 주고 서울역 등의 노숙자들의 명의를 빌려 유령회사를 차리거나 대출금의 70~80%를 나눠주는 조건으로 부도 직전의 회사대표에게 접근, 회사당 1억5,000만~2억5,0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가로챘다.
은행들이 이들 회사에 대한 대출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데는 대출자가 수탁보증제도를 이용할 때 대출금의 20% 정도를 은행에 예치토록 하는 속칭 ‘꺾기’를 통해 회사가 부도나도 은행은 피해를 보지 않는 반면 대출실적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위험부담이 없는 은행들이 일반 대출과 달리 재무제표 확인, 현장실사 등 제대로 된 심사를 하지 않았다”며 “수탁보증제도의 누적손실액(1,471억원) 중 부정대출 금액만 2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