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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강도 사람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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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강도 사람도 슬프다

입력
2010.05.19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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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아프리카의 앙골라에서 내린 비는 한 달에 걸쳐 1,000km를 흘러 오카방고 강으로 흘러 든다. 이후 숲과 급류를 거쳐 오카방고 삼각주에 이르는 250km 구간을 4개월 동안 흘러 거대한 자연 늪을 형성한다. 오카방고 습지를 가득 메운 플라멩고의 분홍색 군무는 경이로운 자연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강과 습지도 사람이 개입되면 다양한 갈등이 생긴다. 오카방고 강의 상류인 앙골라는 우기의 홍수로 인해 매년 피해를 입고,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는 보츠와나와 나미비아는 강물의 사용을 두고 갈등을 빚는다.

생태계는 생물과 그를 둘러싼 환경으로 구성된다. 모든 생태계에서 생물과 환경의 갈등이 존재한다. 환경은 변덕스럽고 때로 가혹하게 생물을 시험하며, 생물은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형시킨다. 그렇게 생태계는 역동성을 갖게 된다.

사람은 그 어느 생물종보다 강력하게 환경을 변화시켜왔다. 강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의 시작점이다. 사람 스스로는 물론이고, 인간 사회 역시 거대한 생물처럼 물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사람들은 불보다 무섭다는 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치수), 또 필요한 물을 직접 얻기 위해(이수), 다양한 방식으로 강을 개조해왔다. 오늘날 강의 관리는 치수와 이수 외에 강의 생물을 보호하는 생태를 지나 사람의 삶을 위한 보건과 휴양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양상을 띤다.

우리의 강들은 오랜 지질 시간으로 인해 강으로서의 수명이 한계에 도달했다. 빈약한 물과 과도한 토사로 헐떡거리는 강을 보는 마음이 슬프다. 강을 그대로 흐르게 하고 싶으나 자연적으로 흐를 물이 없다. 강의 금빛 모래는 강변 생물에게 너무 가혹한 환경이다. 모래의 표면은 식물이 붙잡을 여지가 없다. 모래를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약간의 생물들만 강변 모래 속에서 살아갈 뿐이다. 습지 역시 큰 물이 있어야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 어떤 생태계도 일정한 면적이나 크기가 확보되지 못하면 고유한 성질을 유지하기 힘들다.

노쇠한 강을 토대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도 슬프다. 강변에 살지 않아도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지하수나 우물이 아니고서는 강의 물을 사용한다. 강의 물도 적고 물의 질도 불안하다. 그렇다고 강을 버리고 새로운 강을 찾아 떠날 수도 없다.

강은 물로 유지되는 생태계다. 맑고 풍부한 물이 있어야 수초도 갈대도 버드나무도 물고기도 풍성하다. 물속의 풍성한 생물은 다양한 새들을 불러 모은다. 금빛 모래 대신 물고기 펄떡이는 금빛 수면이 필요하다. 한가로운 강변 풍경보다 새소리 물소리 시끄러운 역동적인 강 풍경이 필요하다. 강의 생태를 풍성하게 하는 것은 다수의 보편적인 생물들이다.

결국 강을 장사 지낼 수 없기에 강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도리 밖에 없다. 우리의 미래 세대는 젊어진 강에서 건강한 삶을 꾸릴 수 있기를 희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변형되고 상처를 입게 될 생물이, 생태계가 또한 슬프다. 강의 생물이 겪게 될 슬픔을 최소화 하기 위해 우리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사회적 역량이 필요하다.

천지 사방이 그 어느 때보다 싱그러운 요즈음, 파헤쳐진 강의 속살들을 보는 마음이 아프다.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지만 마음만 조급하다. 울창한 수변림이 수면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새들이 물을 차고 날아오르는 상상으로 극복할 수밖에.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낼 우리의 힘과 저력이 모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차윤정 생태전문저술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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