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여우가 돌아왔다.'
18일 낮 12시10분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다라터치(達拉特旗)의 쿠부치(庫布其) 사막. 베이징(北京)에서 서북쪽으로 900km 떨어진 이 곳에는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강한 모래바람이 회오리치고 있었다. 바다 물결처럼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사구(沙丘)는 풀 한 포기도 자라기 힘든 불모의 땅이다. 놀랍게도 이곳에 높이 1~1.5m의 나무들이 빼곡히 줄지어 푸른 잎을 드리우고 있었다.
쿠부치 사막에 조성되고 있는'한중 우호 녹색장성'은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인간의 희망과 꿈이 숨쉬고 있는 곳이다. 녹색장성은 국내 민간단체인 한중문화청소년센터(미래숲)와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2006년부터 조성해온 길이 약 15㎞의 띠 모양 녹지대로, 모래바람을 막아 사막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단체는 올 연말까지 이 장성을 길이 18㎞, 넓이 1,500㏊ 규모로 완공하고, 내년부터는 나무 수를 대거 늘려 1만1,000여㏊의 녹지대인 '한중 우호 녹색생태원'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희망의 녹색지대인 셈이다. 권혁대 미래숲 중국본부 대표는 "2006년부터 자란 백양나무 잎들이 계속 쌓이면서 모래밭이 서서히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땅으로 바뀌고 있다"며 "사막화가 진행되기 전 숲에서 살던 벌레와 동물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쿠부치 사막을 관통하는 지에차이(解紫)도로 옆길에는 한중 대학생 12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백양나무 등 1,000여 그루의 나무심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무심기 행사에 참가한 명지대 김도현씨는 "말로만 듣던 사막화를 현지에서 보고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실감했다"며 "나무심기에 동참하면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로 5년째를 맞는 녹색장성 사업은 이날 사막화 방지 프로젝트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격상시키는 또 하나의 뜻 깊은 행사를 가졌다. 권병현 미래숲 공동대표,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 다라터치의 빠투(巴图) 정치협상회의 부주석, 홍궤이메이(洪桂梅) 중국국제청년교류중심 주임조리 등 한중 각계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쿠부치 사막 한복판에 나무심기 프로젝트의 사령부 역할을 맡을 '녹색기지'를 건설하는 선포식을 가졌다.
200여명의 인원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이 녹색기지는 나무심기 연중 관리, 병참 지원 등을 통해 녹색장성 사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획기적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병현 미래숲 대표는 "4년 전 녹색장성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아무도 성공을 예상 못했다"며 "하지만 지속적 나무심기를 통해 황폐한 사막지대에 녹색벨트가 생겨나면서 사막에도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다는 세계 최초의 실증 사례가 생겼다"고 말했다.
쿠부치사막(네이멍구)=장학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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