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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통신품질평가 엉터리…못 믿을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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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통신품질평가 엉터리…못 믿을 방통위

입력
2010.05.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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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행당1동에 사는 회사원 A씨는 얼마전 2세대 이동통신에서 3세대로 바꾼 뒤 집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한다. 거실에서 휴대폰을 켜면 '서비스 지역 아님'이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통화가 되지 않는다. KT에 확인한 결과 3세대 서비스를 개시한 지 만 3년이 지났지만 미처 중계기를 설치하지 못해 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음영지역이었다. 언제 해결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통화가 되든 않되든 상관없이 월 기본료는 A씨의 통장에서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각종 통신서비스의 품질 평가 결과를 공개한 인터넷 홈페이지 와이즈유저(www.wiseuser.go.kr)에 행당1동을 조회하면 통화성공률이 100%로 나온다. 한마디로 방통위가 현실과 다른 믿지 못할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1,172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방통위는 이번 측정에서 100번 전화를 걸었을 때 통화가 되지 않거나 통화중 끊기고 음질이 불량한 경우가 5회 이하일 때만 통화가 성공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3세대 이동통신의 음성통화 성공률은 SK텔레콤 97.8%, KT 96.3% 등 모두 96% 이상으로 나왔다. 통화가 잘 되지 않는 지역은 SK텔레콤 121개(10.3%), KT 203개(17.3%)여서 3세대 음성통화는 SK텔레콤이 KT보다 나은 것으로 조사됐다. LG텔레콤은 3세대 이동통신이 없어 조사에서 제외됐다.

영상통화 성공률은 전국 690개 읍면동에서 SK텔레콤 96.9%, KT 95.3%, CDMA 1x EV-DO 리비전A를 이용한 LG텔레콤 88.4%로 측정됐다. 데이터통신은 전국 951개 읍면동에서 100번 전송시도 중 실패가 5회 이하인 전송성공률이 SK텔레콤 97.8%, KT 96.9%, LG텔레콤 94.5%로 조사됐다. 전국 84개 도시에서 제공중인 와이브로도 전송 성공률이 KT 97.4%, SK텔레콤 98.1%로 나타났다.

초고속 인터넷 품질은 전송 속도를 측정한 결과 100Mbps 상품의 경우 전구간에 걸쳐 LG텔레콤이 27.9Mbps로 가장 빨랐고, KT 14.2Mbps, SK브로드밴드 10.1Mbps, C&M 9.2Mbps, CJ헬로비전 4.2Mbps 순이었다.

하지만 와이즈유저를 조회하면 실제로 3세대 이동통신의 음성 통화가 잘 되지 않는 지역도 잘 되는 곳으로 표시돼 조사 결과가 미덥지 못하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저속으로 달리는 차량을 이용해 통화성공률을 측정했다"며 "아파트 등 건물 내에서 통화 성공 여부는 측정하지 못해 통신업체들이 대신 제출한 자료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건물내 통화성공률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을 방통위가 시인한 셈이다. 방통위는 이번 조사에 총 40억원을 사용했다. 방통위는 수십억원의 혈세를 들이고 하나마나한 조사 결과를 내놓은 꼴이 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와이즈유저에 게시된 수치와 달리 통화가 잘되지 않을 경우 방통위에 알려달라"고 거꾸로 이용자들에게 당부했다.

또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늘면서 관심이 높은 고정형 무선인터넷(와이파이)에 대한 품질 조사도 제외돼 조사에 여러 가지 허점을 드러냈다. 방통위 관계자는 "와이파이는 어떤 방식으로 품질을 평가해야 할 지 확정되지 않아 제외됐다"며 "조사 방법 등을 고려중"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방통위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미흡한 조사 결과를 발표해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통신업체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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