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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장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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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장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출간

입력
2010.05.1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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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 헤르만 헤세를 읽으며 청년기를 통과했던 세대가 지나고, 1990년대 이후엔 일본 소설들이 우리 젊은이들의 성장통을 대변하는 걸 보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우리말로 쓰여진 아름답고 품격있는 청춘소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을 썼습니다."

소설가 신경숙(47)씨가 일곱 번째 장편 (문학동네 발행)를 펴내고 18일 기자들과 만났다. 현재까지 145만 부가 팔린 장편 (2008) 이후 신씨가 1년 반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연재한 뒤 5개월 간의 대대적 퇴고 과정을 거쳤다는 이 소설은, 저마다 어두운 기억을 지닌 20대 남녀들의 사랑과 방황을 신씨 특유의 감성적 필치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품의 축을 이루는 인물은 대학 동기인 윤, 미루, 명서와 윤을 짝사랑하는 고향 친구 단이다. 엄마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윤은 우연한 기회에 미루와 명서를 사귀게 된다. 미루는 제 눈앞에서 충격적인 방식으로 자살해버린 친언니로 인해 정신적 불안을 겪는 인물. 그런 미루를 함께 보살피면서 윤과 명서는 서로 애정을 느끼지만, 이들의 사랑은 미루와 단이의 잇따른 죽음에 대한 부채감에 압도되고 만다. 그렇게 흐지부지 헤어졌던 두 사람은 중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대학 은사의 부름을 받고 8년 만에 재회, 함께 은사를 찾아간다.

"(죽은) 미루를 혼자 둔 사람들 속에 나도 있었다"(323쪽)는 윤의 독백이 보여주듯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해 죄의식을 겪는 작중 인물들의 모습은 확실히 작가 신씨의 초기 작품에 자주 등장하던 인물들과 닮았다. 이번 작품이 올해로 등단 25년을 맞은 신씨의 '문학적 회귀'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윤과 명서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서로에 대한 마음이 변치 않았음을 내비치는 소설의 결말부는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한결 넉넉하고 따뜻해졌음을 보여준다. 아이의 몸으로 현현한 예수를 업고 불어난 강물을 건넜다는 중세 성인(聖人) 크리스토프의 예화가 소설에서 반복 인용되는 것도 "젊은이들에게 작은 치유와 성장의 계기가 되길 바라며 썼다"는 작가의 의도와 무관치 않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강 이편에서 저편으로 실어나르는 존재들이네. 그러니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히 여기게."(63쪽)

소설 제목을 최승자 시인의 시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따왔다는 신씨는 "사람 사이의 진실한 소통에 있어 마음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생각 때문에 이번 작품에선 일부러 전화를 제외한 소통용 기기를 일절 등장시키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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