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 사업 구간인 남한강 지류 섬강 둔치에서 청동기_원삼국시대의 유적이 발굴됐다. 4대강 사업 구간에서 조선시대의 제방, 경작 유적 등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청동기_원삼국시대의 유적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18일 강원 원주시 문막읍 문막리 섬강 13공구 둔치 정리 및 산책로 조성 구간의 유적 발굴 현장과 출토 유물을 공개했다. 이 지역은 섬강으로 흘러드는 건등천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인공제방이 자연제방 안쪽으로 치우쳐 축조되면서 인공제방 밖으로 선사시대와 역사시대의 유적 흔적이 발견될 가능성이 제기돼온 곳이다.
발굴조사를 담당한 한강문화재연구원은 청동기_원삼국시대로 추정되는 경질무문토기편과 적색마연토기편, 석기편 등의 유물을 수습했으며, 청동기_원삼국시대의 주거지 7기와 수혈(구덩이) 3기, 경작 유구(밭)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습된 청동기 유물은 둥근 돌 가운데 구멍이 나 있어 나무를 끼워 지휘용이나 위신용으로 쓴 환상석부(環狀石斧ㆍ달도끼), 석검(石劍)의 손잡이와 칼날 부분 등 파편, 전투용으로 쓰인 돌화살촉, 실을 짜는 데 사용한 토제 방추차(紡錘車ㆍ가락바퀴) 등이다. 원삼국시대 유물은 토기의 바닥과 아가리 부분 등의 파편이 다수 나왔다.
신숙정 한강문화재연구원 원장은 "주거 유적과 이랑, 고랑을 갖춘 경작 유적이 함께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8월 말까지로 예정된 70일 간의 정밀발굴조사가 완료되면 더 많은 유물과 유적이 나와 원주 일원의 청동기_원삼국시대 생활상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이 지역은 흙을 깎아내는 절토(切土) 구간이 아니라 흙을 쌓아 꽃밭과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을 만드는 성토(盛土) 구간으로 지하의 매장문화재에 대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유적이 워낙 얕은 층에서 발견돼 흙을 쌓기만 해도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12일부터 정밀발굴조사가 실시됐다.
엄승용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장은 "문막리 현장과 같이 4대강 사업 추진 지역에서 문화재가 있는 지역은 철저하게 조사하고 보존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이어 경기 여주군 능서면 남한강을 가로질러 설치되고 있는 여주보가 세종대왕릉인 영릉(英陵), 효종대왕릉인 녕릉(寧陵)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현장 설명회를 가졌다. 여주보가 설치되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인 영릉, 녕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에 대한 해명의 자리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영릉 주변의 남한강 수위는 해발 30~35m이고, 영릉은 해발 65~75m로 고도 차이가 35~40m로 크기 때문에 여주보 설치 후 수면이 0.5~1m 상승해도 영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여주보가 영릉으로부터 2km 떨어져 있고, 능과 여주보 사이에 산이 가로막고 있어 경관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 위원장인 이상해 성균관대 교수도 현장에서 "영릉의 핵심지역과 완충지역 모두 여주보 설치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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