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시인 이윤길은 다시 부산항을 떠났다. 1월에 입항해 4개월 남짓 가족 곁에 머물다 다시 북태평양 추운 바다를 향해 떠났다. 친구의 배는 하마 일본 쓰가루해협을 지나고 있을 것이다. 더 북상하여 북양어장에 닿는다면 그곳에서 다시 귀항할 때까지 꽁치를 잡는다.
꽁치가 작은 생선이라 우습게 보지 마라. 이 선장과 40여명의 선원들은 목숨을 걸고 꽁치를 추격하고 잡는다. 사흘 밤샘의 철야작업도 예사라 한다. 원양에서 잡아온 어느 생선이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꽁치 한 마리에 혹한과 강도 높은 노동과 바다사나이들의 소금땀 맺히는 열정이 있다.
그러니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는 안도현의 시 구절을 인용하여 말하련다. '꽁치 함부로 먹지 마라!' 대충이 아닌 살점 한 점 남김없이 샅샅이 먹는 애정이 그들의 노고에 답하는 것이다. 이윤길 선장과 마지막 식사를 하는 날, 북경오리 요리를 시켰다.
북경오리를 처음 먹어본다는 친구에게 '오리가 철새이듯 친구도 먼 바다로 날아갔다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고 우정으로 부탁했다. 태극기를 걸고 오대양으로 나가는 배들은, 배가 쇠로 만들어졌다 해도 대한민국의 땅이다. 그들은 우리 영토의 최전선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며 '어자원전쟁'에 나서고 있는 용사다. 바다에 나가 베르디의 아리아 '이기고 돌아오라'를 열창하고 싶은 날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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