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인터내셔널(대우인터) 인수전을 통해 인수합병(M&A)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한 포스코. M&A 강자로 급부상한 롯데와 겨룬 이번 인수전에서 포스코는 '경험 부족'의 단점을 '풍부한 현금'으로 극복했다.
업계에선 포스코의 대우인터 인수를 두고,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으로 평하고 있다. 철강의 강자가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원개발능력까지 확보했으니, 그 시너지는 기대 이상일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런 성공적 M&A란 평가에도 불구, 한편에선 찜찜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 바로 '승자의 저주' 신드롬 탓이다. 승자의 저주란 M&A로 영토확장에 나선 기업들이 통과의례처럼 시장에서 주가하락, 심지어 유동성위기설까지 겪는 현상을 말한다. 무리한 M&A로 인해 재무구조가 나빠질 것이란 우려 때문인데, 앞서 금호아시아나, 유진, 두산 등이 '승자의 저주'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과연 포스코는 '승자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까.
부정적 시선
찬물을 끼얹은 곳은 무디스. 무디스는 17일 포스코의 외화표시 채권등급(A1)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인수대금 부담과 재무구조가 취약한 대우인터로 인해, 포스코의 채무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포스코가 이번 M&A에 지불해야 할 돈은 약 3조4,000억원.
하지만 대우인터가 지고 있는 빚을 생각하면, '+α'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3월말 기준 대우인터의 장단기차입금은 9,985억원에 달하는 등 부채가 자본의 2배에 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포스코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18일 포스코 주가는 전날보다 2.6% 올랐지만(45만3,000원), 아직 지난 주말(46만4,000원)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올 들어 코스피는 2.34% 떨어진 반면, 포스코 주가는 무려 26%나 하락해있다.
저주는 없을 것
'승자의 저주'에 대한 일부 공포는 있지만, 그래도 포스코는 예외가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포스코는 3월말 현재 6조6,13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대우인터 인수대금 조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 한 시장관계자는 "승자의 저주는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처럼 과도한 외부 차입을 통해 M&A에 나서는 경우에 발생한다"면서 "포스코는 인수대금을 차입 없이 전액 자체자금으로 조달키로 한 만큼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주가 약세 역시 ▦내수 점유율 정체 ▦중국 철강가격 하락 ▦원재료 가격 상승 등 업황 때문이지, 이번 M&A 때문은 아니라는 것. LIG투자증권 변종만 연구원은 "포스코는 연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현금 창출능력이 있고 부채비율도 현재 30%미만일 정도로 재무구조가 튼튼하며 다른 글로벌 철강기업들과 비교해도 신용등급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같은 국제신용평가기관이지만 무디스와 달리 S&P는 "대우인터 인수로 재정이 다소 악화되더라도 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추가로 짊어질 재정적 부담도 많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포스코의 등급전망을 유지했다.
KB투자증권 이종형 연구원은 "현대제철 등 경쟁사들의 생산 확대로 내수가 정체되고 철광석 유연탄 등 원료 자급률이 낮아 원자재 가격이 불안할 때 불리한데, 대우인터내셔널의 글로벌 네트워크, 자원개발사업 역량을 활용하면 (승자의 저주가 아니라)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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