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1일은 부부의 날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1956년 문을 열고 반세기 넘게 부부 갈등 문제를 다뤄왔다. 놀랍게도 시대와 사회 변화를 넘어, 불화하는 부부 사이에는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의사소통의 부재다. 우리나라 가정의 90% 는 가족 성원 간의 대화 부족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다.
가정법률상담소를 찾는 부부 가운데 아내를 폭행한 많은 남성들은"말로는 아내를 이길 수 없어서"라고 변명한다. 뿐만 아니라 중년 이후 많은 남성들이 가족 안에서의'소외'를 하소연한다. 아내는 물론이고 자녀들도 제 엄마하고만 이야기하고 남편이자 아버지인 자신은 소외 시킨다며 분노를 표현한다. 이렇듯 가족 안에서 대화 부족, 대화 단절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갈등의 근원은 소통 부재
이러한 상황을 피하거나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대화'가 무엇인지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올바르게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많은 상담 사례에서 보면, 본인은 대화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대개 자기 주장을 일방적으로 쏟아내거나 통고하는 것에 그친다. 이는 진정한 대화라고 할 수 없다. 대화는 상대방의 생각을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고 받아들이면서 나와 상대의 생각 차이를 살펴 보고 공통점을 찾아 서로 잇는 노력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많은 부부가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대화하자"면서도 그저 자기 생각만 쏟아 놓기 일쑤다. 그리고 배우자가 제기하는 문제는 제쳐 놓은 채 서로 말꼬리를 잡고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인다. 그래서 대화는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부부 싸움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제대로 말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고 경청하는 자세 또한 없으니 대화를 통한 소통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태가 극단적으로 되면 가정폭력과 가정파탄으로 이어진다. 부부 사이의 대화부족을 어느 한 쪽 탓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상담을 통해서 보면 대체로 여성들이 남편과의 대화 부족을 많이 느끼고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더 많이 기울이는 편이다.
여성들은 정서적으로 말로 무엇을 해결하는 데 비교적 익숙하지만, 남성들은 특히 가정에서 말과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 특히 그러한 남성을 경솔하고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남성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과묵한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가정법률상담소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문제를 교육을 통해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여기에도 여성들은 상당히 적극적이지만 남성들은 대화와 부부관계를 배운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대화는 상호작용임을 생각하면, 여성 중심의 일방적인 노력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남성들도 문제의식을 갖는 경향이지만,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는 아직 소극적이다.
남성들 먼저 삶을 돌아봐야
우리의 사회 문화적 환경은 남성들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하는 현실이다. 특히 중년 이후 노년기에 접어든 많은 남성들이 가족 안에서 소외를 하소연한다. 이처럼 안타까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남성들 스스로 먼저 자신의 삶을 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족보다는 회사 일과 사회적 관계에만 매달리거나, 가족 문제를 피하기 위해 음주나 놀이, 취미 활동 등 다른 사회적 소통에 몰두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행복한 가정의 근간은 대화하는 부부다. 배우자와 얼마나 의사소통을 잘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대화의 기술을 함께 배우는 5월이 되기 바란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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