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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한센인 환자와 가족 돕는 이재우 참길복지 대표/ "한센인에 대한 편견… 들의 아픔 대물림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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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한센인 환자와 가족 돕는 이재우 참길복지 대표/ "한센인에 대한 편견… 들의 아픔 대물림되죠"

입력
2010.05.1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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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한센인 자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반 학부모들이 다른 반으로 옮겨 달라고 해요. 결혼하려고 해도 부모가 한센인이라고 하면 퇴짜를 맞습니다. 한센병 환자와 가족이 소록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죠."

10년째 소록도 한센인 환자와 가족들을 돕고 있는 이재우(60) 참길복지 대표. 소록도 한센인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려고 19일 소록도에 간다는 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의학이 발달해 한센병 환자가 줄어 들고, 한센병도 치료만 잘 받으면 100% 완치되지만 환자와 가족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는 "이제는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고 있는 한센병 자녀들을 돌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 정보통신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 대표는 2006년부터 한센인 자녀 50여명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매년 여름과 겨울 나흘씩 시간을 내 하수구 청소, 장마철 지붕 개ㆍ보수, 가전제품 수리, 건물 페인트칠 등 꾸준히 봉사하고 있다. 그 덕분에 소록도 주민들 중에는 그를 '친구'나 '동생'으로 부르며 허물없이 대하는 이들도 있다.

그가 한센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0년. 고향 선배로, 1982년부터 한센인들을 돕고 있는 대구 참길회의 정학 단장의 제의로 그 해 여름 참길회가 주관하는 3박4일 일정의 봉사에 따라 나섰다. 그리고 그곳에서 들은 소록도의 참혹한 역사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일본이 소록도에 별도의 수용시설을 만들어 한센인을 격리하고, 그 가족도 소록도에 몰아 넣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이 대표는 지인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며 후원자를 모아 2002년 참길복지후원회를 설립했다. 초기 5명이었던 회원이 400여명으로 늘어났고, 2006년엔 한센인 전문 복지법인인 참길복지를 만들어 후원의 밤, 소록 인권포럼 등도 열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도 처음엔 한센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첫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니 온몸이 가렵더라고요. 정 단장한테 전화해 '당신 따라 갔더니 몸이 이상하다'고 얘기하니까 '수 십 차례 갔다 온 나는 왜 멀쩡하냐'고 반문하며 껄껄껄 웃더군요. 한센병에 감염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그랬던 거죠. 마음에서 오는 병은 그만큼 무섭습니다." 처음엔 거세게 반대하던 그의 아내와 두 아들도 지금은 든든한 후원회원이다.

곡절도 있었다. 최근에는 장학기금을 후원했던 기업이 내부 사정상 후원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통보해 오기도 했다고 한다. 부족한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콘서트'라는 묘안을 짜냈다. 그는 "고등학교 선배이자 한센인에 관심이 많은 유윤철 순천향대 총동문회장이 김정태 실내악단과 러시아 음악가 3명을 섭외해 10월 26일로 공연 날짜가 확정돼 한 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센인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는 한 한센병은 사라져도 차별과 설움은 대물림 된다"며 "한센인 자녀도 사회에 융화돼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을 때까지 힘을 다 할 것"이라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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