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두 차례 경제 위기를 재정건전성을 기반으로 극복하였다. 하지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1990년대 중반 10% 내외의 안정적 수준을 보이던 GDP 대비 국가부채 규모가 35%에 이르고 있다.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
우리나라에서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해야 할 필요성은 매우 높다. 우리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경제 규모에 비하여 자본과 상품의 국제 거래가 매우 크고 자본시장이 정부의 신뢰도에 따라 매우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대규모 재정적자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경우, 급격한 자본 유출로 자본시장은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되고 생산과 고용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남미 국가와 그리스의 사태가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정부의 재정지출은 조세, 국채 발행, 화폐 발행을 통해서 조달된다. 국채에 대한 대규모 국내 수요가 있는 일본이나 화폐와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가 대규모로 존재하는 미국의 경우, 대규모 재정을 급격한 이자율 상승이나 화폐가치 하락 없이 조달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지금까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된 국채가 높은 민간저축에 기반한 국내 국채수요에 의해 소화되었다. 하지만 대폭적인 세수 확보 없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국가부채를 얼마나 더 민간이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이다. 이제 점점 더 많은 전문가들이 일본의 국채시장이 불안해지고 일본 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상이 약화되고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짐에 따라 현재의 비정상적인 수준의 재정수지 적자와 국채 규모가 더 이상 지탱될 수 없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로 기축통화를 갖고 있지 못한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완충장치가 없다. 우리에게는 재정건전성을 견지하는 것이 유일한 정책 대안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경기 호황기에는 재정수지 흑자를 시현한다는 목표로 재정정책을 실시하여야 한다. 바람직한 경기대응적인 재정정책은 불황기에는 재정수지 적자, 호황기에는 재정수지 흑자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국가들은 호황기에 더 많이 거둔 세수를 모두 써버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호황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제는 지출 통제와 세수 증대를 통해 재정수지를 흑자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흑자 전환 노력 기울여야
둘째, 예비타당성 조사와 같은 예산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 개별 예산사업의 효과와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유지하여야 한다. 개별 사업의 효과성과 효율성이 담보되지 못하면 재정건전성을 지킬 수 없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동안 시행되었던 비효율적이고 비효과적인 재정사업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정무적 판단에 의해 대규모 예산사업을 적합한 절차를 무시하고 시행하는 것은 지양하여야 한다.
셋째, 세수를 추가적으로 확보하고 조세부담률 목표치를 현재의 20%에서 21-22%로 높여야 한다. 현재 정부의 조세부담률 목표치 20%는 복지, 국방, R&D 등 여러 재정소요를 재정적자를 누적시키지 않고 조달하기에는 낮은 수준이다. 세수 추가확보를 위해 세원 양성화, 세무관리 강화뿐 아니라 최고 세율의 유지와 비과세ㆍ감면의 축소가 필요하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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