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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의 비명 "날개 좀 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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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의 비명 "날개 좀 달아주"

입력
2010.05.1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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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톤으론 역시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지난 7일 10만톤의 쌀을 시장에서 '격리조치'한 데 이어 14일에도 또다시 10만톤을 시장 격리했지만 쌀값의 추락세를 완전히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시장격리란 정부가 가격하락저지를 위해, 쌀을 직접 사들여 방출하지 않고 쌓아놓는 조치. 국민세금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쌀 공급량을 확 줄이는, 정부가 쓸 수 있는 최고수준의 '극약처방'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론 추가적 시장격리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과 함께, 차제에 쌀 수급에 대한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추락 또 추락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지 쌀(80㎏당) 가격은 13만2,856원. 열흘 단위로 이뤄지는 직전 조사(5월5일) 때보다 220원(0.2%) 하락했다. 큰 폭의 하락은 아니지만, 20만톤 격리조치가 단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쌀 값이 더 떨어졌다는 것은 정부조치의 약발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쌀 값의 '날개 없는 추락'에는 복합적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 원인은 연 이은 대풍작으로 창고는 차고 있지만 정작 쌀 소비는 늘지 않고 있는 것. 쌀 생산량은 지난해 492만톤으로 사상 최대의 풍작을 이뤘지만 1인당 쌀 소비량은 74㎏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2년 전인 2007년에 비해 2.9㎏이 감소한 것인데 국민 한 사람이 연간 쌀을 1㎏만 덜 먹어도 전체 소비량은 약 5만톤가량 감소하게 된다. 정부는 올해 지난해보다 쌀 소비량이 2㎏ 이상 감소해 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감소로만 10만톤 가량의 쌀이 남게 되는 셈이다.

천안함 사태도 쌀값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대북 쌀 지원 재개에 대한 기대가 천안함 사태로 무너지면서 쌀값이 더 급락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북지원이든 뭐든, 실제로 한해 30만~50만톤씩의 쌀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쌀 값 하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쌀 시장 개방(관세화) 유예에 따라 해마다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쌀(MMA)의 증가도 한몫 하고 있다. 지난해 30만톤이 수입된 데 이어 올해에는 약 32만톤의 쌀이 들어오게 된다.

지난해 수확한 묵은 쌀을 털어내기 위해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산지 유통업체들이 헐값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도 쌀값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경쟁적으로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는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도 쌀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농식품부가 이들 업체를 모아 할인판매 행사 중단을 약속 받아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초 쌀 20㎏ 도매 가격은 3만3,100원으로 1년 전(4만800원)에 비해 6,300원이나 떨어졌다.

계속 추락할까

극약처방(시장격리)까지 무색해질 만큼 하락압력이 큰 만큼, 쌀 값은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두봉 고려대 교수는 "소비 감소와 수입 증가 탓에 쌀은 앞으로도 계속 남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 상황에서 생산자들이 창고에 쌀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정부 조치로도 대세 하락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가지 희망적인 것은 시장격리를 통해 하락 폭이 다소 둔화됐다는 점. 통계청의 산지 쌀 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15일 조사에서 하락폭은 760원에서 836원(3월25일)→1,696원(4월5일)으로 확대됐지만, 정부가 시장격리 계획을 발표한 뒤 4월25일 조사에서는 197원 떨어지는 데 그쳤다. 실제 격리조치가 취해진 이번 조사에서도 하락폭은 220원에 머물러, 가파른 추락세는 일단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장 격리 조치가 시장에서 반영되는 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리는 만큼 다음 번 조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도 "지역농협의 재고가 올 수확기가 시작되기 전에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산지 유통업체들이 출혈경쟁만 자제한다면 쌀값이 오름세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향후 20만톤 정도의 추가격리도 검토중이다. 하지만 시장격리 같은 단기 비상대책으로 쌀값 하락을 저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젠 공급은 줄이고 수요는 늘리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두봉 교수는 "쌀 소비 운동, 가공식품 개발 등의 조치에도 쌀이 남아돌고 있는 만큼 공급을 줄이는 대책과 함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사료용으로 전환하거나, 바이오 연료로 사용하는 등 쌀을 식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탈피해 쌀의 용도를 다변화 할 수 있는 대책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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