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ㆍ풍진 백신을 접종받아 일정 기간 헌혈이 금지된 군인들이 단체로 헌혈한 혈액이 500여명에게 수혈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보건 당국은 이에 따라 수혈자 현황을 긴급 파악해 가임 여성에게 임신 자제 등의 조치를 취하는 한편 위험도 조사에 착수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보건복지부는 대한적십자사가 4, 5월 부산 등 4개 지역 혈액원에서 군 장병 888명으로부터 단체헌혈을 받았으며, 이들은 헌혈금지기간 이전에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 등을 한꺼번에 예방할 수 있는 혼합백신(MMR)을 접종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현행 혈액관리법에 따르면 홍역과 유행성 이하선염 예방접종을 받으면 2주일, 풍진은 4주간 채혈이 금지돼 있다. 이처럼 헌혈금지기간을 둔 것은 예방접종을 받는 채혈자의 혈액을 통해 바이러스가 수혈자 혈액으로 흘러 들어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군인들은 예방접종을 받은 지 장병에 따라 4~15일만에 수혈한 것이다.
군 장병들로부터 채혈된 혈액 중 절반 가량은 가임기 여성 47명을 포함해 519명에게 수혈됐으며, 나머지는 이미 폐기됐거나 폐기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런 사실을 16일 적십자사로부터 통보받은 뒤 백신전문가, 감염학, 수혈의학전문가가 참여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전문가들은 일단 MMR 접종 후 헌혈한 혈액의 위험성은 매우 적지만 환자나 임산부 등에게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MMR 백신은 바이러스 균의 위험성을 제거한 '약독화 백신'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예방접종을 받는 사람에게 바이러스 잔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여성의 임신자제 등을 권고키로 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풍진 예방 접종을 받는 여성의 경우 기형아 출산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이와 관련, 단체 헌혈 조사과정에서 선택사항인 예방접종 관련 항목을 의무사항에 포함시키는 등 유사 사고 방지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박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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